이 총리의 광폭행보에 최 부총리 '조기 당 복귀설' 솔솔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오는 7일 취임 50일을 맞는다. 이 총리는 지난 2월17일 취임한 이래 한 달 간은 부패와의 전면전, 공직기강 강화를 강조했으나, 그 이후에는 공공기관 개혁, 복지예산 개혁 등 경제 이슈를 직접 챙기고 나섰다. 특히 공공기관 개혁과 복지예산 개혁은 그동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해온 핵심 현안이다. 이 때문에 이 총리와 최 부총리가 당초 협력관계에서 경쟁관계로 바뀐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이 총리는 지난 18일 '6·25전쟁 납북자 진상규명위원회 회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불참한 것에 문제 삼았다. 당시 이 총리는 조태용 외교부 1차관에게 "외교부 장관은 어디 갔느냐"고 물었고, 조 차관은 "외빈접견 때문에 못 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다들 한가해서 회의에 온 게 아니다. 통일부와 국방부 장관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왔다"며 쓴소리를 던진 뒤 "돌아가서 똑바로 전달하라"고 경고성 지시를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관가에서는 "이 총리가 자신에게 불참 보고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지적한 것이다", "장관들부터 군기를 잡겠다는 것이다" 등등의 해석이 나돌았다. 이 총리의 지시로 국무조정실이 공무원들의 업무태만 등을 집중 점검하기 시작한 때였다.그 뒤 8일이 지난달 26일, 이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개혁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최 부총리를 비롯한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과 17개 공공기관장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공공기관 개혁은 그동안 최 부총리가 직접 챙겨온 회의이고, 총리가 회의를 주재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회의 시작전 "최 부총리도 오셨다"며 직접 챙기며 배려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하지만, 회의가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 총리는 "공공기관 부채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낀다. 잘못하면 큰일이다"며 "주무부처 장관과 공공기관장이 책임지고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듣기에 따라 주무부처 장관인 최 부총리를 질책하는 듯한 뉘앙스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총리는 그러면서 "진행상황을 3개월 후에 다시 점검하겠다"며 최 부총리를 압박했다.이 총리는 지난 1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후 처음으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관계 부처 차관들과 17개 시·도 부단체장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국무조정실은 장관·지자체장 대신 차관·부단체장들을 참석시킨 것에 대해 "현장과 실무에 능한 만큼 실질적인 협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회의 안건의 중요성을 볼 때 명쾌하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같은 시간, 같은 건물에서 최 부총리는 '재정정책자문회의 민간위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재정정책에 대한 민간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최 부총리는 내년도 예산편성 방향에 대해 "제로베이스(Zero-base·원점) 예산방식과 보조금 일몰제를 엄격히 적용해 성과가 미흡하거나 관행화된 예산사업을 과감히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총리와 부총리가 각각 '재정개혁'이라는 현안을 두고 비슷한 어조로 본인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모양새가 이상하다"는 말들이 세종청사 안에서 들렸다.이 총리의 행보의 폭이 넓어지면서 세종청사 안팎에서는 "이 총리의 대권행보가 이미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2017년 말에 치러질 대선에 대비해 리더십과 업무수행 능력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이 총리와 최 부총리는 모두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신의 현역 중진의원이다. 두 사람 모두 친박근혜계이자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협력하는 관계지만, 당의 주도권을 두고서는 언제든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새누리당의 새로운 주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충청권과 전통적인 주류세력인 영남권의 주도권 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이 와중에 최 부총리의 '조기 복당설'이 정치권에서 번지고 있다. 친박계의 구심이 없는 상황에서 최 부총리가 하루 빨리 돌아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 될 공천 논의과정에서 계파갈등과 지역갈등이 첨예화 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구심점 역할을 해줄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최 부총리는 이 같은 관측에 대해 "절대 아니다"고 기재부 측근들에게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당으로 돌아가 더 큰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면, 언제든 당내의 주도권 경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여의도와 세종청사 안팎에서는 그 시기를 이르면 7~8월로 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좀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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