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는 말이 있다. 불행하게도 요즘 서울 시민들에겐 이 말이 '일상사'가 됐다. 최근 수시로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현상 얘기다. 최근의 사례만 봐도 비가 내린 2일 밤 서울 강남과 노원의 길 곳곳에서 싱크홀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지난 일요일에도 신촌과 강남에서 싱크홀로 차량과 오토바이가 빠졌다. 지난 설 연휴에는 용산역 인근 아파트 공사장 앞에서 20대 남녀가 싱크홀에 빠졌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잠실 제2롯데월드 인근 도로에서 싱크홀이 다수 발견돼 일대 주민들을 아직까지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고조되고 있다.이처럼 상황은 심각하지만 정부나 지자체들의 대응은 안이하기만 하다. 싱크홀의 원인으로 하수도 노후화, 취약 지반 공사 관리 부실 등이 꼽힌다. 그런데 그에 따른 대책이 없다. 대한민국에선 사람이나 도시나 노후 대책이 없기는 매한가지라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은 1960~70년대부터 본격적인 도시화가 진행됐다. 지하에 상하수도ㆍ지하도ㆍ지하철 등 온갖 종류의 구조물들이 들어선 지 50여년이 지난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장년기'다. 사람도 이때 쯤 되면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곳곳을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노후 준비를 하는 셈이다. 도시도 땅 속에 묻어 놓은 낡은 각종 시설물들을 관리ㆍ점검ㆍ교체해 주어야 시민들의 안전과 편리함을 유지해 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땅 속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노후화된 하수도 관로를 교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하수도가 낡아 깨지면서 누수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곳곳에서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의 전체 하수관로(1만392㎞) 중 사용연수가 30년을 넘긴 노후 하수관로가 무려 48.2%(약 5000㎞)에 달한다. 50년 이상 된 하수관로도 30.5%(3173.9㎞)다. 하지만 서울시는 교체 예산이 부족하다며 정부에 책임을 미루고 있고, 정부는 지자체가 할 일 이라고 떠넘기고 있다. 시민들은 "대형 사고가 한 번 나 봐야 정신차리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입만 열면 '국민 안전'을 외치는 정부가 정작 가장 큰 시민들의 안전 관심사인 싱크홀에 대해 제대로 된 관리체계 조차 마련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다. 싱크홀은 사실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산 등 노화가 시작된 전국 대부분 도시들의 공통된 문제다. 하지만 각 지자체들은 서울을 제외하면 자신들의 지역에서 싱크홀이 몇 번이나 발생했는지 통계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중심을 잡고 체계를 만들어야 할 중앙 정부도 통합 관리 및 사전 경보 시스템 등 전문가들이 권하는 대응에 나설 생각이 있는 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국민안전처가 나서서 대형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총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싱크홀 탐사 기술을 비롯한 관련 산업도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싱크홀을 탐색 중인 서울시는 국내 업체의 기술 장비로는 성공률이 30% 정도 밖에 안 돼 일본 업체들을 동원하고 있다. 우리보다 딱 20년 먼저 가고 있다는 일본도 마침 20년 전부터 도시 노후화에 따른 싱크홀 다발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싱크홀 탐사 기술ㆍ장비를 집중 육성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한다. 인구 5000만명이 좁디 좁은 땅 덩이에서 몰려 살고 있는 대한민국, 지금이라도 도시 노후화에 대한 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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