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장기불황 종식시킨 아베, 대체 뭘 했길래?
엔저로 되찾은 기업 활력배당·임금인상 등 경기활성화 동참세계 국부펀드 증시 투자 늘려지속가능성장 의문·지갑닫는 소비자…아베노믹스의 그늘[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보수적이고 깐깐한 자금 운용으로 잘 알려진 글로벌 국부펀드들이 일본 주식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3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정부연기금(GPFG)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조8000억엔(약 44조4062억원)의 일본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30%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신규로 자금을 일본 시장에 투자했다는 뜻이다. GPFG는 특히 도요타, 캐논 등 대형 일본 기업 주식 투자를 늘렸다. 이로써 이 연기금이 보유한 일본 주식 종목의 수도 1527개로 늘었다. 투자 성과면에서 타 펀드의 비교잣대가 되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도 최근 일본 식음료업체 산토리식품의 지분을 매입해 이 회사의 2대 주주가 됐다. 이처럼 운용자산 규모가 크고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국부펀드들이 일본 주식을 매수하고 있는 것은 일본 증시, 경제, 기업의 체력이 업그레이드 될 것임을 낙관하고 있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지난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이후 닛케이225 지수와 토픽스 지수는 지난해 말까지 각각 80% 넘게 뛰면서 초강세장을 연출했다.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사망선고를 받았던 일본 증시는 이렇게 2년만에 기적처럼 부활했다. 일본 증시를 살려놓은 것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 즉 아베노믹스의 힘이다. 아베노믹스는 다양한 대내외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죽어가는 일본 경제에 숨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닛케이 지수가 1만7000선에서 제자리걸음을 할 때만 해도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끝났다는 분석이 많았다. 2년간 가속화됐던 엔저가 지지부진한 데다 아베노믹스의 마지막 과제인 구조개혁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올해 들어 말끔히 사라졌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2월 중순 1만8000선을 돌파한 뒤 한달도 채 안돼 1만9000선을 가뿐히 넘었고 2만선 돌파가 목전에 있다. 닛케이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 넘게 뛰었다. 지난 2년간 일본 증시 상승세의 엔진역할을 한 것이 엔저라면 최근 증시 랠리를 재점화한 1등 공신은 일본 기업들의 변화다. 닛케이 지수 포함 기업들의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순익은 1년 전보다 15% 늘어난 21조60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일본 기업들의 순익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실적 개선에 고무된 일본 기업들은 잇따라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늘리고 있다. 도요타를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폭의 임금 인상 계획도 발표했다. 일본 기업들이 20년간의 장기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익숙했던 것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적극적인 해외 인수합병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부동산 시장 역시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호전의 기미가 뚜렷해지고 있다.그러나 뛰는 증시, 달아오르는 부동산이 아베노믹스의 완벽한 성공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본통'으로 알려진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아베노믹스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 것이라고 꼽았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 연속 위축된 뒤 지난해 4·4분기에 연율 환산 기준 1.5% 증가하는데 그쳤다. 디플레이션 탈출의 핵심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페섹은 도요타가 벌어들인 사상 최대 순익을 고려할 때 이번에 올려주기로 한 기본급 4000엔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일본 정부의 구조개혁 외침을 기업 경영자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의 가계소비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점을 상기했다. 그러면서 증시호황, 부동산 시장 개선 등이 일본인들의 체감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일본인들의 81%는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회복됐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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