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 왕십리·100대 1 동탄…'청약 지름신' 강림

전세난과 저금리, 부동산 규제완화, 청약제도 개편 등이 맞물리면서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사진은 왕십리뉴타운에서 분양중인 '센트라스' 견본주택에 줄을 선 방문객 모습.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25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서울 왕십리뉴타운 3구역 '센트라스' 견본주택은 주말 내내 몰려든 인파로 장사진이 펼쳐졌다. 견본주택 문을 연 첫날 평일 오후께 잠깐 여유가 있었을 뿐 주말에는 오전 일찍부터 200m가 넘는 긴 줄이 늘어섰다. 견본주택에 들어서서도 원하는 주택형을 보기 위해서는 다시 20분 넘게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곳에 아파트를 짓고 있는 현대건설과 SK건설, 포스코건설은 주말 사흘 동안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을 3만여명 정도로 추산했다.  #동탄신도시에서 전세로 사는 직장인 유인주(40)씨는 이번에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하는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6.0' 전용면적 59㎡에 청약을 접수했다. 큰마음 먹고 1순위 청약통장을 꺼냈지만 유씨가 접수한 평형의 경쟁률은 100대 1이 넘었다. 유씨는 로또 당첨을 바라는 심정으로 25일에 있을 당첨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전국 곳곳에서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하는 단지가 잇따르는 등 아파트 청약시장이 불을 뿜고 있다. 일부 단지 주택형에서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곳도 나왔다. 지난주에는 청약 접수를 받은 전국 12개 단지 중 11개 단지가 청약을 마감했고 대부분 1순위에서 접수를 끝냈다. 지방 분양사업장이 많았고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가 적었다는 점에서도 눈에 띄는 결과다. 일부 단지에서는 간신히 100%를 채운 곳이 있지만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잘되는 집은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청약시장에서 잘 팔리는 아파트를 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부동산 침체기를 겪은 학습효과 때문인지 요즘 같은 때 '대기업 건설사 브랜드라서…' '집값이 오를 것 같아서…' 등 무턱대고 청약하는 수요자들은 드물다. 전셋값 상승과 극심한 전세대란, 대출이자 감소 등 초저금리 영향, 부동산 규제완화, 청약제도 개편에 따른 1순위 기간 단축과 무주택세대주 요건 완화 등 떠오르는 것만 추려봐도 여러 가지다.  아파트 품질도 꽤 괜찮아졌다.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 된 이후 요즘 아파트들은 예전의 같은 평형대에 비해 20~30% 정도는 넓어졌다. 과거에는 전용면적 84㎡형에서도 2~3베이(Bay) 일색이었다면 이제는 59㎡형 아파트도 3~4베이 설계가 보편화됐다.  74㎡형, 96㎡형 등 틈새 평형이 생겨나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건설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쓴맛을 본 이후로는 수익 극대화보다는 잘 팔리는 아파트를 만들어 금융비용 등 리스크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통상 500가구 정도만 넘어도 '커뮤니티시설'이라 불리는 단지 내 편의시설이나 교육시설 등이 잘 갖춰진 곳이 많고 조경도 수준급으로 해놨다. 여기에 편리한 교통망이나 배후 산업단지 등 직주근접 요건이 더해지면 청약경쟁률은 불을 뿜게 된다. 택지지구 전매제한 완화로 분양권 전매 기간이 단축되면서 투자자들이 가세하기도 쉬워졌다. '프리미엄(웃돈)'이 붙는 단지는 당첨되면 앉은 자리에서 수천만 원의 웃돈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이를 부추기는 시장 분위기도 만만찮다. 소위 '떴다방'이 다시 나타난 것도 최근 시장흐름을 잘 반영한다. 실제로 서울이나 위례, 동탄, 광교 등 수도권 인기지역 견본주택 앞에는 방문객들의 연락처를 확보하기 위한 중개인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당첨되면 연락을 달라고 명함을 건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전세난으로 내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층도 늘었지만 인기 지역에서는 일단 당첨돼 웃돈을 챙기려는 투자자가 가세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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