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흥망성쇠 다뤄...김 감독 '영화 보는 내내 눈물 흘렸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영화 '파울볼(4월2일 개봉)'은 2011년 9월 창단한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1093일간의 기록을 담아낸 작품이다. 오합지졸의 선수들이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의 3년 간의 지도를 거치며 어엿한 선수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김성근 감독은 "세상에서 버림받았던 아이들을 취재한 이 영화 자체도 완성이 될지 불투명했는데, 결국 마무리가 되니까 반갑고 기쁘다"라며 "인생은 순간순간 승부를 걸어 자기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파울볼'은 어떤 사람들에게도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는 뜻을 담은 영화"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진행된 시사회에 참석한 김성근 감독은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서 "시작부터 끝까지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한화 선수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줬다. 그 때 내 상황이 뭔가 위기에 몰려있을 때였는데, '파울볼'을 보면서 야구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며 "선수들에게도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껴보라는 차원에서 보여줬다. 영화를 보고 우는 친구도 있었다. 다만 미리 돈을 받았어야 하는데, 그게 아쉽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고양 원더스'가 창단된 때는 2011년 9월의 일이다. 프로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들을 훈련시켜 프로구단에 입단시키는 목적으로 출범했다. 45세 노장 투혼을 발휘하는 최향남, 한번 뛰쳐나갔지만 야구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다시 돌아온 설재훈, 프로구단 코치직을 박차고 선수로 복귀한 김수경, 청각장애 1호 프로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박병우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고양 원더스'로 모여들었다. 영화 속에서 김성근 감독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심하게 이야기하면 야구 선수인가 싶고, 이 아이들하고 뭘 해야 되나 막막했다"고 말한다. 계속되는 패배에 "화가 나서 저녁도 안먹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옥의 첫 스프링캠프를 거치고, 여러 번의 경기에서 좌절을 맛보고, 단체로 삭발을 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면서, 선수들의 눈빛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번외 경기일지언정 3년 동안 이들은 통산 90승 25무 6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은 하나둘 프로야구단에 입단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구단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야구단 해체를 선언했고, 김 감독은 "내가 야구만 했지, 정치는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며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3년 전부터 촬영에 들어갔던 영화의 흐름도 갑작스런 해체에 분위기가 확 바뀌게 되었다. 김보경 감독은 "원래 이야기의 중심은 '다시 기회가 있다'는 차원에서 '패자부활'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러다 야구단이 해체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영화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나와 마지막까지 연습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원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그 안에서 찾을 수 있게 됐다. 절망하는 마음을 딛고 아침에 연습하러 나오는 그 모습 자체가 가치있는 일이라고 느껴졌다"고 말했다.공동 연출을 맡은 조정래 감독은 "'고양 원더스'라는 독립야구단 소재를 처음 접했을 때는 '이 친구들은 정말 여기서 부활할 수 있을까' '김성근 감독은 결과를 중시하는 감독이라고 알려졌는데, 그것은 사실일까' 하는 부분들이 궁금했다"며 "촬영을 하면서 관찰한 결과,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고 지지하는 지도자라고 확신하게 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아파한다. 많은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이런 지도자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파울볼' 당시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
'파울볼'은 단순히 '고양 원더스'의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고, 매년 800~900명의 '야구 낭인'이 나오는 현실을 조명한다.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 할 것인가, 이쯤에서 생활을 위해 다른 길을 찾을 것인가'의 기로에 있는 이들의 고민과 갈등은 쉽게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은 "우리나라에는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이나 야구를 시작하는 선수들의 경우, 항상 시작은 좋은데 길이 사라지거나 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야구도 매년 실업자가 나오는데, '고양 원더스'에서 단 몇 명에게라도 길을 열어줬다는 게 고맙다"고 말했다. '고양 원더스'에 몸담으면서 느꼈던 점에 대해서도 "꼭 프로 구단에 갔다고 성공이라고 볼 수 없다. 자신의 한계를 넘고 일어선 그 순간이 성공"이며 "야구를 하든 안하든 이 순간들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선수들에게 많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6개 팀의 감독을 역임하고, 한국 시리즈 3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동시에 13번이나 쫓겨난 김성근 감독에게 여전히 야구가 좋은지 물었다. "감독 생활을 하면서 '야구가 지겹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야구는 항상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거기에 대처하다 보니까 늘 자극이 된다. 야구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명예스럽고 즐겁고 행복하다." 올해 프로야구에서 한화의 전략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한화는 항상 고민 중이다. 열심히 하겠다.(웃음)"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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