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시대]사상 최저 금리 결정 긴박했던 두 시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12일 오전 9시경 한국은행의 15층 회의실 공기는 차가웠다. 이주열 총재는 입을 떼지 않았다. 금통위원들도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이후 1시간이 지난 10시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다"고 말했다. 사상 첫 1%대 금리 결정을 내리기까지 긴장감이 흘렀던 한국은행 두시간을 복기해본다. 8시 58분 굳은 표정으로 정순원 위원과 함준호 위원이 자리에 착석했다. 이어서 들어온 장병화 부총재는 허진호 금융시장국장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지만 나머지 위원들은 입을 떼지 않았다. 8시 59분 이주열 총재와 하성근 금통위원이 들어왔고 문의식 위원도 자리에 앉았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정해방 위원이 마지막으로 자리에 배석했다. 착석한 금통위원들은 침묵 속에 고개를 떨구고 자료만 들여다봤다. 이날 엷은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온 이주열 총재는 자리에 앉은 후 팔장을 끼고 있다 손에 깍지를 끼기도 했지만 입을 열진 않았다. 평소 사진촬영 요청에 의사봉을 두드렸던 이 총재였으나 오늘은 엄숙한 표정이었다.관계자가 사진촬영이 1분 남았음을 알렸다. 이주열 총재는 파일철과 서류를 살폈다. 그리고 10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75%로 내렸다고 밝혔다.11시가 넘어 기자실로 내려온 이주열 총재는 "생각보다 총재님의 표정이 밝다"는 기자의 농담에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이내 무표정으로 되돌아왔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이주열 총재는 "성장 전망에서 다운사이즈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금리 결정에는 2명의 금통위원이 소수의견을 냈다고도 했다. 또 2008년만큼 경제상황이 나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당시에는 급작스럽게 쇼크가 왔었고 지금의 물가나 성장흐름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그는 "성격이 달라 그 때보다 더 나빠졌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다만 디플레이션 논란과 관련해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디플레는 대개 경기 침체에 수반해 나타난다"면서 "현재 경제 성장세가 미약하기는 하지만 3%대 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을 과도한 경기 침체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는 지난달 금통위와 비슷한 12시10분경에 끝이 났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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