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악역 역할 '욕망에 충실한 '진' 역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강하늘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영화 '순수의 시대(5일 개봉)'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 사이를 오간다. 조선 개국 7년, 왕좌를 둘러싼 물밑 쟁탈전이 한창이던 1398년이 배경이다. 이방원이 정몽주를 초대한 자리에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로 시작하는 '하여가'를 들려주던 때이기도 하다. 영화는 '왕자의 난'을 다룬 사극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사실은 한 기녀와 세 남자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다룬 치정 멜로극이다. 이 사각관계에서 배우 강하늘(25)이 맡은 '진'은 가장 욕망에 충실하다. 타락한 왕의 사위이자, 조선 최고의 무장 아버지(신하균) 밑에서 열등감에 시달린다. 겉으로는 점잖은 척 행세하지만, 뒤로 가서는 여성들을 겁간하고 나이 많은 노비를 구타하는 야비한 인물이다. tvN 드라마 '미생'의 반듯하고 차가운 '장백기'와 영화 '쎄시봉'의 노래하는 명문대생 '윤형주'를 연기했던 강하늘로서는 첫 악역이다. 최근 종로구 팔판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대본을 보고 이 캐릭터를 이해하기는 했지만, 공감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부마(왕의 사위)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기방 출입도 못하고,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혀놓아서 억눌린 면이 많았을 것이다. 그게 잘못된 방향으로 분출된 게 아닐까. 이 캐릭터가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강하늘
처음에 '진' 역할을 맡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도 많았다. 이제 막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청춘스타가 연기하기에는 이미지 타격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하늘은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역할이든 악역은 없다'고 배웠다. 악역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아마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을 테고, 주인공들을 되려 악역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을 겁탈하고, 할아버지를 때리는 장면 등을 연기할 때는 '연기니까 괜찮겠지' 싶었는데, 그런 잔상이 떠올라 잠 못들 때가 많았다"고 했다. 강하늘은 영화 '쎄시봉'과 '순수의 시대' 이후에도 곧 '스물(25일 개봉)'이란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해 오디션을 거쳐 촬영한 작품들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이 이어지면서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는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내 이미지나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어 가겠다는 생각이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역할을 잘해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에는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72)와 연극 '해롤드 앤 모드'에 출연해 2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을 이끌었다. 2006년 연극 '천상시계'로 데뷔한 이래 "무대는 당연히 돌아갈 곳"이라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최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유명세를 치르는 일이 많아진 것에 대해서는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많은 관심과 사랑이 나에게는 '단술'같다. 감사하지만 스스로 취하지 않으려고 다잡는다. 행복하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사진 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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