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지평 넓힌 '바보산수' 김기창 회고전

김기창, '동자', 견에 채색, 162*178cm, 2폭, 1930년대.

김기창, '청산청경', 수묵담채, 88*145.5cm, 1980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운보 김기창(1913~2001년)의 예술세계와 삶을 조명하는 회고전이 개최된다. '바보산수'로 잘 알려져 있는 운보는 전통과 현대, 추상과 구상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화풍으로 한국화의 지평을 넓힌 작가로 꼽힌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오는 7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개최되는 전시에는 1930년에서 1990년대까지 제작한 운보의 작품을 46점을 뽑아 연도순으로 나열해 선보인다. 또한 김기창 일대기를 다룬 영상물도 함께 나와 전시를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출품작에는 1935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가을'(1934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과 당시의 화풍인 몽롱체를 잘 반영한 '동자'(1930년대,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입체구성 작품 '무녀도'(1968년,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추상시기의 작품 '유산의 이미지'(1963년, 개인소장), 힘찬 필치와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아악의 리듬'(1967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988년 올림픽 기념 판화 '동방의 신비로운 샛별'(1988년,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청록산수 '인왕산청산도'(1982년, 서울시립미술관), 서체 추상 '문자도'(1980년, 대전시립미술관 소장), 봉걸레로 제작했던 '점과 선 시리즈'(1993년, (주)운보문화재단) 등이 있다.

김기창, 문자도, 한지에 먹, 115*124cm, 1980년

운보는 일곱살 때 장티푸스로 청력을 잃고 열일곱에 이당 김은호의 문하생으로 입문, 이듬해인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 등에서 연이은 입선과 특선으로 작가적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그동안 사용했던 호를 운포(雲圃)에서 운보(雲甫)로 바꾸고 스승의 화풍과 일본화풍에서 벗어나 간결한 필체와 힘이 넘치는 표현의 수묵담채로의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다. 1950년대부터는 실험을 모색하는 추상 또는 선과 면의 분할로 구성되는 입체주의적경향의 작품이 나타난다. 이렇게 10여 년간의 다양한 탐색을 통해 1970년대 후반 탄생시킨 민화풍의 '바보산수'와 함께 이어 ‘청록산수’, ‘문자추상’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예술정신 기반위에 시대적 변화를 담아 독자적인 화풍을 선보여 왔다. 그는 타계할 때까지 70여 년간 2만 여점의 작품을 제작했다. 운보의 예술인생은 "산수ㆍ인물ㆍ화조ㆍ영모(翎毛)ㆍ풍속 등에 능하며, 형태의 대담한 생략과 왜곡으로 추상과 구상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고, 활달하고 힘찬 붓놀림, 호탕하고 동적인 화풍으로 한국화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출생은 호적상으로는 1913년 충남 공주군 유구면으로 기재돼 있으나 작가가 생전에 1914년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으로 정정해 기록하고 있다.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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