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1999년 5월 당시 김대중 정부는 코스닥시장 부양책을 내놨다. 아사 직전에 놓인 코스닥시장에 활력을 넣기 위해 벤처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정부의 부양책이 시장에 반응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벤처가 국민 관심사로 떠올랐다. 코스닥 주가도 동반 급등세를 보였다. 언론에서도 코스닥과 벤처를 집중 부각시켰다. 정부의 부양책이 나온 지 불과 10개월 만인 2000년 3월10일 코스닥 지수는 2834.4(현재 지수 환산)까지 치솟았다. 코스닥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열풍을 넘어선 광풍 수준이었다. 코스닥 광풍이 식기까지는 더 빨랐다. 그해 4월부터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내리막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그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6일 지수는 525.8까지 떨어졌다.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4분의 1 토막'이 났다. 급격한 하락세 배경에는 당시 미국 나스닥의 인터넷 등 첨단기술주 폭락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코스닥 대표주 역시 나스닥과 비슷한 인터넷 관련주였던 탓이다. 15년이 지난 2015년 2월5일. 코스닥 지수는 600선을 돌파했다. 마의 고지를 넘어선 것이다. 5일 600.81을 기록한 후 25일 616.57까지 상승했다. 코스닥지수가 600선을 돌파한 것은 6년8개월 만이다. 사정이 이쯤 되자 최근 일각에서는 '빚내서 코스닥시장에 투자한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23일 현재 3조155억원으로 유가증권 시장의 잔고(2조7356억원)를 추월했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시장은 2000년 3월의 뜨거웠던 코스닥시장만큼은 아니다. 왜냐면 당시의 학습효과와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벤처 붐이 빠르게 식으면서 코스닥에 투자했던 직장인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어제까지 넥타이 매고 출근했던 직장인들은 노숙자 신세가 됐다. 반(反)벤처, 반코스닥 정서가 생긴 것도 당연했다. 2015년의 코스닥시장은 뜨겁지만 그때와는 다르다. 실체가 없던 벤처 자리에 헬스케어, 바이오ㆍ제약, 문화콘텐츠, 인터넷 같은 미래 성장 산업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에서 대형주 선전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은 총 14개에 달한다. 물론 경계와 자제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15년 전 몰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계감에서다. 여전히 코스닥에는 일부 경계를 해야 할 빈약한 체질의 기업들이 존재한다. 일부 종목은 거품도 형성됐다.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철저한 검증 과정이 따라야 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럴 때 일수록 정부와 기관들의 엄중함이 필요하다. 억지로 코스닥 부양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규제를 해서도 안 된다. 코스닥 열기마저 사라진다면 저소비-저금리-저성장의 '뉴노멀'에 놓인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코스닥시장의 선전을 기대하는 이유다. sinryu007@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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