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스페인 포데모스는 '제2의 시리자(급진좌파연합)'로 주목받고 있는 정당이다. 시리자는 지난달 25일 총선에서 정권을 잡은 후 유럽연합(EU)에 채무 재협상을 요구, 유럽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스페인은 올해 말 총선을 치른다. 이런 상황에서 포데모스는 시리자처럼 반긴축을 내세우며 스페인 정당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시리자가 오랜 기간동안 유지됐던 그리스의 신민당과 사회당 양당 체제를 무너뜨린 것처럼 포데모스도 스페인의 기존 양대 정당인 사회당과 국민당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정치적 반란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포데모스가 반긴축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 올해 37세에 불과한 젊은 당수가 이끄는 신생 정당이라는 점 등에서도 시리자와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여러 여건상 포데모스가 스페인에서 정치적 반란을 성사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의 경제 여건이 그리스보다 낫다는 점, 스페인이 그리스처럼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스에 비해 긴축에 대한 압박이 적었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지지율로도 과반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그리스 총선 방식은 시리자의 반란을 가능케 한 가장 큰 이유였지만 포데모스는 선거방식상 유리한 점이 없다.스페인 경제는 여전히 높은 실업률로 고전 중이지만 그리스보다 분명한 개선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의 경제성장률은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1.4%를 기록했다.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도 92%로 175%에 이르는 그리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9.9%를 웃돌아 그리스 정부는 외부 도움 없이 재정 운영이 불가능한 반면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5%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스와 달리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정부 운용이 가능한 셈이다. 스페인은 2012년 자국 은행 산업 지원을 위해 유럽으로부터 도움을 얻었다. 그리스처럼 IMFㆍ유로존ㆍECB로부터 전면적인 정부 구제금융을 받은 것이 아니다. 스페인은 2012년 유럽 국가로부터 1000억유로를 지원받았고 그나마 410억유로만 사용하고 지난해부터 이에 대한 상환을 시작했다. 따라서 그리스처럼 강한 긴축을 요구하는 트로이카의 압박이 없었다. 시리자의 경우 트로이카에 대한 반감이 지지율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포데모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그러한 반사효과를 시리자만큼 얻을 수 없는 셈이다. 결정적으로 그리스의 독특한 선거방식은 시리자의 집권을 가능케 한 결정적 요인이 됐다. 그리스 의회 의석 수는 300석인데, 이중 50석은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정당에 자동으로 배정된다. 결론적으로 자동 배정되는 50석을 제외한 250석 중 100석을 확보하면 절반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지지율로 계산하면 40%를 확보하는 정당이 300석 중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게다가 지지율 3% 미만인 정당은 의석 배정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30%대 지지율로도 1위만 차지하면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시리자는 36.3%의 지지율로 149석을 얻었다. 반면 27.8%로 지지율 2위를 기록한 신민당은 고작 76석을 얻었다. 지지율 1위 정당 자동 할당되는 50석 때문에 지지율 격차에 비해 확보한 의석 수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스페인에는 지지율 1위 정당에 이처럼 압도적으로 유리한 제도가 없다. 포데모스가 스페인 기존의 양대 정당을 제치고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긴 하지만 지지율은 30% 정도에 그친다. 포데모스가 올해 말 스페인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하더라도 나머지 20%를 채워줄 연정 파트너를 찾지 못 하면 정권을 창출할 수 없게 된다. 블룸버그는 중도우파 성향의 현 집권 국민당과 중도좌파 제1야당인 사회당이 대연정을 통해 정권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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