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소프트뱅크벤처스 이사
작년 연말 업계의 여러 투자자 분들과 만나 2015년 벤처투자업계에서 관심을 받을 분야가 어디일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단연코 많은 분들이 한 표씩 던졌던 분야가 핀테크 분야였다. 아니나 다를까 연초부터 각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들의 금융위원회 등 정부유관기관에 대한 각종 규제완화 요청부터 이에 응답하겠다는 정부유관부처의 응답, 그리고 벤처캐피털과 핀테크 스타트업들 간의 미팅 및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기존 국내금융 서비스 중 핀테크가 이미 가장 활발히 도입된 분야는 증권매매 서비스일 것이다. 1997년 당시 대우, 현대, 대신, LG증권의 4개 회사를 시작으로 HTS를 이용한 온라인트레이딩 서비스가 제공되었고, 2000년에 설립된 키움증권은 애초부터 HTS를 통한 매매만 제공한 핀테크 회사였다. 2000년대 초반 한때 모 증권사의 증권업종 관련 리서치 페이퍼는 증권주를 닷컴주 또는 전자상거래 같은 개념의 IT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금 한국은 전 세계에서 주식의 온라인 또는 모바일 거래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지난 10여년간 매매수수료의 인하와 증시침체로 인해 증권사들이 어려운 환경이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온라인 및 모바일을 통해 제공하는 거래정보의 수준과 편의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시각을 은행으로 돌려봐도 국내 은행들이 제공하는 각종 계좌조회 및 송금 등의 온라인·모바일 서비스 또한 세계 상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핀테크 성공사례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해당 당사자인 관련 스타트업, 감독기관, 이미 투자를 집행한 벤처캐피털들을 제외하고 여기서 한 발짝 벗어나 약간은 객관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전문가에게 국내 핀테크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그 답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아마도 액티브엑스에 준하는 각종 실행파일 설치나 공인인증서 등으로 인한 불편한 전자결제 환경을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정보 및 투자자 보호 등 넘어야 할 산과 규제가 많은 핀테크 기업이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끊임없이 IT 신기술을 도입하고 인원감축 등 비용절감을 계속해왔지만, 경영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입장에서는 핀테크가 성장동력으로 기대되기보다는 도입을 막아야 할 신규 경쟁대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흔히 핀테크로 분류되는 사업들은 크라우드펀딩, P2P대출, 페이팔 또는 애플페이 같은 송금 및 결제서비스, 각종 유익한 할인정보를 제공하여 지출을 아끼게 해 주는 서비스, 그리고 개개인에 맞는 금융정보 및 금융상품 제공을 통해 자산운용을 도와주는 서비스 등이 있다. 사실 이 모든 서비스들이 조기에 도입되고 활성화된 것은 미국과 영국 같은 소위 금융선진국들이다. 전 세계에서 벤처캐피털 및 창업관련 생태계가 가장 잘 만들어져 있다는 미국에서 크라우드펀딩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고, 다양한 금리로 다양한 크레디트 계층을 상대하는 금융기관이 즐비한 금융 선진국 미국과 영국에서 P2P대출은 이미 성업 중이다. 어찌 보면 기존 금융산업 경쟁력이 있는 미국과 영국에서 이러한 핀테크 산업이 먼저 활성화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금융의 현실을 보면 핀테크의 앞날은 암울하다. 한국금융은 그 경제덩치에 걸맞지 않게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아주 왜소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대표적인 한국의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들은 서로 차별화되지 않는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비좁은 내수시장에서 시장점유율 다툼만 해왔다. 여기에 일부 금융회사들은 핀테크가 활성화되면 현재의 시장점유율이 흔들리거나 혹은 여러 수수료 마진이 줄어들어 매출이 악화되지는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다. 혹은 현행 법령이나 규제 또는 갖춰야 할 인프라 등의 문제로 스타트업의 핀테크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이미 안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이러한 우려 또는 안심을 하면서 현재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 답일까? 국내법이나 규제 등으로 도입이 늦어질 수는 있지만 개방형 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계속해서 해외서비스의 국내진출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제도적 차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결국은 해외서비스가 규제를 피하거나 규제를 만족시키는 형태로 일부 변형되어 국내에 진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지금의 일부 규제완화 목소리도 알리페이 등의 국내시장 진출 우려 등에 힘을 입은 바가 크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대부분 금융업은 국가가 부여하는 라이선스 및 대규모 자본금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가 경제를 운용하며 통화량, 금리, 증시 등에 대한 일부 조정 및 개입을 해야 할 긍정적 필요성도 분명 있기에 모든 금융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없앨 수는 없다. 필자는 큰 틀에서는 그냥 현재에서 시작해도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혜택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대출영역에 진출하고자 하는 P2P스타트업들이 제시하는 대출금리는 기존 은행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기존 은행의 대출 크레디트 기준에는 맞지 않지만 30%에 가까운 고리를 받는 대부업체에는 가지 않아도 되는 중간의 빈 고객영역을 타깃으로 한다. 투자자에게도 역시 은행예금금리보다는 높지만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보다는 낮은 중위험·중수익 제공을 목표로 한다. 송금 및 결제 핀테크 서비스도 기존 은행의 송금/결제 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단지 사용자의 편의성을 도모할 뿐이다. 크라우드펀딩도 기존의 은행대출이나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어려운 영역을 기본 타깃으로 한다. 마찬가지로 핀테크를 활용한 금융/소비정보 서비스도 기존 은행, 증권, 카드사들이 소위 비용 대비 수익이 적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상대하지 않는 소액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고액자산가를 비롯한 PB고객들은 금융사들로부터 충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솔직히 디마케팅 대상인 계층이 이들 스타트업들의 고객이다. 결국 이들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기존 오프라인 금융회사들의 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이들 고객이 일으키는 모든 트랜젝션 중 일부가 기존 오프라인 금융회사들의 수익이 되도록 해 줄 것이다. 핀테크를 적극 환영하자. 기존 금융회사들에, 금융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함께 커진다. 김동환 소프트뱅크벤처스 이사<ⓒ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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