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1심 뒤집고 선거법 위반 혐의 인정…수사 당시 檢亂사태 촉발한 수뇌부 책임론 도마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이혜영, 박준용 기자] 사건 발생부터 1·2심 재판까지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실체가 법정에서 처음으로 인정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64)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지만 특별수사팀까지 꾸렸던 검찰 수뇌부는 자축은커녕 고개를 들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9일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1심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2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특정 후보를 낙선시키거나 당선시킬 목적을 갖고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57)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도 또 한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김 전 청장은 2012년 대선을 사흘 앞두고 "국정원의 대선개입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수사결과 자료를 뿌리게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수사가 부실한 상황에서 결과를 섣불리 발표한 점은 인정했지만 국정원 사건을 축소· 은폐해 선거에 개입하려 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에서 엇갈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이를 수사한 검찰 내부에서도 '충돌'이 빚어졌었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산하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원 전 원장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황 장관은 '법률가로서의 양심'까지 거론하며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반대의사를 표했고 결국 그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수뇌부 스스로 '독립성'을 해치는 발언이 쏟아져 나오면서 결국 '항명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초유의 검란(檢亂) 파동이 일어난 뒤 채 전 총장은 결국 낙마했고 특별수사팀은 사실상 공중분해 됐다. 이번 판결로 특별수사팀은 그간의 수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된 반면 당시 선거법 혐의 적용에 반대했던 황 장관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한 검찰의 위증 혐의 관련 수사도 검찰의 계획대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일단 검찰은 이번 판결과 권 의원에 대한 위증 수사는 '별개의 건'이라며 일찌감치 선긋기를 하고 있다. 황 장관은 원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나오기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권 의원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를 지휘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권 의원의 위증 혐의는 김 전 청장에 대한 법정 진술이 진실에 반하느냐의 문제이지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댓글사건 당시 경찰의 수사상황에 대해 진술한 부분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과는 별개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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