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만리 방화벽’ 다용도 …인터넷기업 보호 효과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 샛문도 감가…서구 매체 “무역장벽” 비판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중국이 '인터넷 만리장성'을 더 높고 단단하게 쌓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의 소리(VOC) 등 서구 언론매체는 중국 정부가 지난달 하순부터 인터넷을 더 지능적이고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국가 안전과 소비자 권익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트위터와 페이스북, 구글, G메일 등 해외 사이트와 서비스를 차단해왔다. 그러자 중국 당국의 검열과 통제를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 서비스가 나와 인기를 끌었다. VPN 서비스는 언론자유 활동가와 국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에 대응해 중국 당국이 인터넷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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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진화에 새 조치"= 루마니아에 VPN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사업자 리비우는 "중국이 VPN 연결을 더 자동적으로 차단하고 더 활발하게 막고 있다"고 들려줬다. 중국 방화벽은 이전에도 VPN 연결을 막았는데, 지난해 말부터는 VPN으로 추정하는 연결도 자동적으로 찾아내 차단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방화벽이 쳐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적용하지 못하게 됐다는 말이다. 리비우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보복 조치를 당할 수 있다며 자신의 성(姓)을 밝히지 않았다.중국 관료들은 "인터넷이 진화함에 따라 새로운 조치가 필요해졌다"며 VPN을 차단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달 하순 아스트릴 같은 주요 VPN 사업자가 고객에게 서비스가 차단됐다고 알렸다. 아스트릴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iOS 기기만 타깃이 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아스트릴 외에 바이퍼(Vypr)VPN과 스트롱VPN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막혔다. 중국 검열 모니터링 사이트 그레이트파이어(GreatFire.org)에 찰리 스미스라는 익명으로 올라온 글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해 6월 이후 인터넷을 통제하는 강도를 높였다. 이전까지 간과했던 VPN도 차단했다. 구글이 이때 처음으로 완전히 차단됐다. G메일이 완전히 막힌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0월 이후 야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VPN은 이용자 컴퓨터와 VPN 서버 사이에 이른바 '터널'을 만들어 이 사이에 정보가 암호로 오가도록 한다. 중국 이용자가 어느 해외 사이트에 접속해 어떤 정보를 주고받는지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바이퍼VPN을 운영하는 골든 프로그는 자사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만리장성 방화벽은 인터넷을 오가는 데이터를 '딥 패킷 인스펙션(DPI)'을 활용해 분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DPI는 네트워크를 오가는 데이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술을 가리킨다. 중국 당국은 앞으로 인터넷에 더 재갈을 물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클 오슬린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스 연구소(AEI) 연구원은 "지금은 중국에 민감한 시기"라며 "중국 지도부는 소련의 교훈을 유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슬린은 "중국은 정치ㆍ사회적인 통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개혁하려고 한다"며 "반대로 한 소련은 붕괴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VPN 사업자들이 더 새롭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방화벽을 우회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들은 2012년에 VPN 사업자들이 인터넷 단속 강화에 대해 방화벽을 뛰어넘는 기술로 대응했다는 예를 들었다. ◆서구 "언론자유 침해" 성토= 중국 정부가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자 서구에서는 언론자유 침해라며 비판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VOA를 통해 중국 당국이 차단을 풀고 인터넷을 자유롭게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중국 정부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제한하려고 하는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그런 조치는 중국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에 상충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중국의 인터넷 통제가 경제 활동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G메일은 서구 기업과 비즈니스를 하는 중국인에게 특히 인기"라며 "서비스 중단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많다"고 예를 들었다. 중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포그마스크 차이나의 크리스토퍼 도빙 이사는 WSJ에 "VPN 없이는 (G메일도 페이스북도 다른 서비스도 사용하지 못해) 사업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무역장벽= 만리장성 방화벽은 무역장벽 역할도 한다. 중국의 인터넷 업체들을 더 강력한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으로부터 막아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구글 대신 바이두가, 아마존 자리에 알리바바가, 트위터 역할을 텐센트가 하고 있다. 중국도 이런 측면을 인정한다. 중국 관영 영어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중국 인터넷 대기업들이 성공한 것은 방화벽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칼럼은 이어 "방화벽이 특정한 해외 웹사이트를 일정한 목표에 따라 막지만 중국 인터넷을 해외로부터 고립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방화벽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에게 광범위한 보안 검사에 응하도록 요구했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 ☞ 방화벽. 화재를 차단하는 벽처럼 내부 컴퓨터 네트워크와 외부 인터넷 사이의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나 장비를 가리킨다. 주로 내부 네트워크를 외부에서 뚫고 들어와 컴퓨터 자원을 교란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불법으로 빼내는 해킹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구축ㆍ가동한다. 중국 당국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통제하는 목적으로 만리장성 방화벽을 운용한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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