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 이 말은 경제 전망과 관련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경고될 경우 경제 주체가 이에 대비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설령 사태를 막지는 못하더라도 충격을 덜 받도록 방비하는 일은 가능하다. 위기가 오지 않거나 덜한 위기가 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는 이처럼 미래는 우리가 하기 나름이라는 전제 아래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 좋지 않은 결과만 따로 제시하기보다는 그 결과에 이르는 전달경로를 함께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면 그 경로의 여러 길목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그 결과를 피하거나 누그러뜨릴지 하는 방안을 제안해야 한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나는 향후 한국 경제에 대한 '예정론'이나 '운명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요즘 돌고 있는 '한국이 일본처럼 된다'거나 '세계 경제가 일본 경제처럼 된다'는 예상이 그런 사례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은 책 '세계가 일본 된다'에서 "세계가 전환형 복합불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예고한다. 홍 사장은 "장기적으로 세계의 어느 국가도 전환형 복합불황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며 출구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가 만든 개념인 전환형 복합불황은 저성장, 저투자, 저금리, 저물가 상태가 지속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는 자신도 "전환형 복합불황의 진행 방향에 대한 정보와 논리가 부족하다"고 털어놓는다. 길을 모른 채 종착지 상황만 그려 보인 셈이다. 전문가라면 길을 궁리하고 우회로를 모색해야 한다. 책 '불황 10년'을 낸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일본식 장기불황이라고 표현하는데 지표로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며 "우리는 일본만큼 내수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이어 "정책을 바꿔 이를 극복하기는 지금의 정치지형에서는 어렵다"며 "우리는 불황 10년의 충격을 버텨내고 살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황 10년'의 부제는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상태다. 당연히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미래는 경제주체가 현재에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외부 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 한국 경제도 다르지 않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러커처럼 낙관하지는 못하더라도 미래를 지레 포기할 수는 없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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