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기요틴과 의사

요즘 의사 선생님들이 똘똘 뭉쳤다. 단체 회장님은 단식 투쟁에도 들어갔단다. 정부의 '규제 기요틴'을 저지하기 위해서란다. 도대체 규제 기요틴이 뭐기에 의사 선생님들이 단체행동과 단식까지 불사하나 싶어 아이 때문에 동네 병원을 찾은 김에 뭔 사연이냐고 물어봤다. 규제 기요틴은 박근혜 대통령이 불필요한 규제를 단두대에 올려야 한다며 규제완화를 강조하자, 관련 부처에서는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위원회'로 부응하며 나온 신조어다. 이 규제 기요틴 중 보건정책 분야에 한의사들도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X-레이나 초음파 등 한의사들은 진료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의사들은 초음파를 볼 줄도 모르는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함부로 사용하면 오진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란다. 그렇다면 현대 의료기기는 의사들만 쓰고 한의사들은 침이나 탕약만 사용해야 하냐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아픈 아이가 볼모처럼 느껴져서인지 차마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고귀한 의사 선생님들을 화나게 만든 기요틴은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기간 국민의회에서 개발한 참수 도구다. 영어로는 '길로틴'으로도 읽고, 우리말로는 '단두대'로 의역됐다. 프랑스 왕 루이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 단두대에 의해 머리가 잘렸다. 사람의 목을 치는 섬뜩한 사형도구라 공포심을 느끼게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요틴은 인권과 평등 등 프랑스 혁명 정신이 들어간 작품(?)이다. 당시 혁명정부는 고통 없이 사형을 집행하는 방법을 위해 위원회까지 구성했고 파리 의료기기부 해부학 박사인 기요탱 박사는 이 기구를 사용해 사형을 집행하면 사형수들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논문까지 썼다. 기요틴은 이 기요탱 박사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프랑스 혁명 전까지 참수는 귀족들만 당할 수 있었고 평민들은 교수형을 받았다. 혁명정부는 이를 기요틴을 이용한 참수로 일원화시켜 평등을 구현한 셈이다. 기계식 처형이라 사형집행자의 심리적 부담도 덜었다는 평가와 함께 개발된 지 이듬해인 1792년 정식 사형도구가 됐다. 프랑스에선 이를 1977년까지 사용했다. 사형수와 사형집행인의 인권을 생각해 만든 것이라지만 어쨌든 기요틴은 사람을 죽이는 기구다. 반면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고귀한 직업이다. 이런 고귀한 선생님들이 제 밥그릇 챙기기를 위해 규제 기요틴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전필수 아시아경제TV 차장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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