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에 기름 부어'

리카르도 하우스만 하버드대 교수 주장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가 심화된 데는 최대 차관 원조국인 중국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자인 리카르도 하우스만 교수는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베네수엘라의 구세주로 떠오른 중국의 자금 지원 탓에 되레 위기가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우스만 교수는 1990년대 우고 차베스 대통령 재임 시절 베네수엘라에서 기획예산장관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베네수엘라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편이 낫다는 기고문을 FT에 실은 뒤 베네수엘라 정부로부터 소송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의 직접적인 경제 위기는 정부 정책 실패 탓이 크다.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65%에 달하고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7%에 달한다. 경제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유가가 급락하면서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하우스만 교수는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위기 심화에는 중국의 역할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07년부터 베네수엘라에 450억달러(약 49조원)가 넘는 돈을 빌려줬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중국에서 빌린 돈 중 절반(200억달러)을 아직 갚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차관을 제공해주는 방식에 문제가 많다. 중국은 상환 조건이나 기간, 자금 사용처 등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베네수엘라는 여력이 될 때마다 원유로 조금씩 빚을 갚고 있다. 이는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놓인 베네수엘라 채권을 가진 다른 투자자들에 대한 역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베네수엘라가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을 어디에 쓰는지도 오리무중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자금 사용 내역을 대중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철도 인프라 건설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들은 오히려 중단되거나 폐기됐다. 이 돈이 부패한 베네수엘라 정부 관료 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3년에는 중국이 투자한 중국-베네수엘라 합작 펀드 운용자들이 자금 도용 혐의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베네수엘라 의회는 중국으로부터의 차관을 승인한 적이 없다. 이 돈이 공식적인 대출이 아닌 투자 목적의 자금 지원이라는 애매한 조건 때문이다. 돈을 빌려주고 원유로 되갚는 형태도 이례적이다. 의회의 승인이 없었기 때문에 이 지원금은 정부의 공식 예산으로 잡히지 않는다. 정부가 진 빚을 갚고 있는 것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다. 원유로 모든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는 이 회사가 수십억 달러를 중앙은행에서 빌리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이 베네수엘라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빌려준 자금이 경제회생을 위해 쓰일 수 있고 또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를 되갚을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봤어야 했다는 게 하우스만 교수의 주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은 정치·경제적으로 실패한 정부에 대한 자금 지원이 더 큰 위기를 불러온 것을 학습한 경험이 있다. 2001년 아르헨티나 디폴트 사태 때는 IMF의 채무조정 실패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세계은행의 개발 프로젝트 실패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위기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하우스만 교수는 중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싶어 하지만 최소한 지금으로써는 그럴 자격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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