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 격변기에 7종 포유류 개체수 급감
▲소련 붕괴와 함께 야생동물들도 개체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사이언스/Sergey Gorshkov/Minden Pictures/Corbis]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소련이 붕괴되면서 당시 야생 생태계도 함께 무너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지던 시절 거대한 포유류도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여서 주목된다. 미국, 러시아, 독일 등 국제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최근 관련 학술지(Conservation Biology)에 발표했고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지가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정치적 불안과 격변기에는 인간에게 뿐만 아니라 야생 생태계의 개체 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여서 눈길을 끈다. 국제 연구팀은 러시아연방청의 포유류 모니터링시스템에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노루, 붉은 사슴, 순록, 말코손바닥사슴, 멧돼지, 불곰, 스라소니, 이리 등 8종류의 포유류였다. 1981년에서 2010년까지의 자료를 집계했고 이들 포유류들의 개체 수 변화를 파악했다. 이 기간에는 1991년 소련 붕괴 시기도 포함돼 있었다. 분석 결과 이리만 빼고 7종의 포유류에서 개체 수 변화가 감지됐다. 특히 멧돼지, 말코손바닥사슴, 불곰 등 3종의 포유류는 85% 이상 개체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두고 두 가지 가능성을 내놓았다. 우선 거대한 소련이 무너지면서 정치적 격변기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정책 부재를 하나의 원인으로 꼽았다. 정쟁에 휘말리면서 정책과 민생마저 뒷전으로 밀리는 마당에 야생동물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경기 침체와 열악한 민생 경제를 들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농장 등이 무너지면서 사람들은 식량 확보와 수입을 위해 사냥과 밀렵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총을 들고 들로, 산으로 나서는 상황이었음을 말해준다. 먹이사슬에서 야생동물들이 많이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 정책의 부재와 무방비로 노출된 사냥과 밀렵에 야생 동물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개체 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의 한계는 있다. 정부의 정책 실패와 밀렵의 성행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이 원인이 가장 강력한 증거라는 부분에 이르면 아직 신뢰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사회 복지와 야생 동물의 건강이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연구팀 측도 "소련 붕괴와 포유류의 개체 수 감소에 대한 몇 가지 원인이 분석됐는데 아직 양적인 증거 면에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연구의 한계를 인정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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