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가는 직장인의 이야기로 인기를 모았던 '미생'의 대사 중에 '버티는 것이 이기는 거야'라는 대사가 있었다. 이른 아침 출근해 늦은 저녁 퇴근 시까지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일에 바치는 우리는 직업적 소명을 생각하며 일하기보다 하루하루 버티는 것에 더 익숙한 삶을 살고 있다. 그 상황이 싫어 많은 직장인들은 독립을 꿈꾸고, 일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이른 경제적 은퇴를 꿈꾸는 지도 모른다.2013년 8월 경, 'US 뉴스&월드 리포트'에서 '퇴직하지 말아야 하는 10가지 이유'라는 칼럼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주요내용을 정리해 소개해보자면 첫째, 일은 곧 당신이다. 일은 당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당신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 죽을 때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은 필수적이다. 둘째, 일은 생계유지의 수단이다. 안타깝게도 고령화, 저금리 환경에서 퇴직할 만큼 충분한 돈을 모으기 쉽지 않다. 퇴직을 늦추면 그나마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게 되고 퇴직 후 소득 없이 생활해야 할 시간이 줄어든다. 또한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해나갈 가능성을 높여준다.셋째, 일은 건강유지에 도움이 된다. 프랑스 건강 및 의료 연구소가 자영업자 42만9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퇴직 연령이 늦을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하기까지 일하는 기간이 1년 늘어날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3.2% 낮아졌다"며 "이는 '사용하지 않으면 잃어버린다'는 가정과 일치하는 것으로 두뇌를 사용하는 한 두뇌의 효율성이 유지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넷째, 일은 더 나은 인간관계, 더 나은 부부관계를 위해 필요하다. 좋은 인간관계는 함께 하는 동료들과 고락을 함께 하는 가운데 싹튼다. 일 없이 오랜 기간을 지낸다는 것은 관계의 고립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변화된 삶에서 일의 중요성을 알고 그 일을 오래도록 유지해야 함을 역설하는 칼럼이었다.그러나 이에 대한 인지와 생활 속 태도는 다를 수 있다. 필자는 이를 직업적 소명의식의 부족에서 찾고 싶다. 일로 인해 성공하고 행복해지길 바라지만 일의 노예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힘든 사람이 있다면 자신만의 '비전선언서'를 작성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비전 선언서는 자신이 현재 하는 일의 가치를 높여 일로 인해 행복해질 가능성을 높여주는 작은 실천방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설계사'란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필자의 비전 선언서는 이러하다. '나는 재무설계사로서 불확실한,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계획적 삶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계획적 삶을 위한 지혜로운 재무관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버티는 2015년이 아닌 스스로의 직업적 소명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일로 인해 행복한, 즐거운 한 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글=박원주 행복가정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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