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남북은 1971년부터 31일 현재까지 총 358회의 남북대화를 가졌다.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는 남북은 총 32회 회담했다. 2013년에는 24회, 2014년에는 8번에 그쳤다.그래도 이명박 정부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2011년에는 1회 뿐이었고 2012년에는 아예 얼굴도 마주하지 않았다.이는 북한이 우리의 접촉제의에 응하지 않고 군사도발로 긴장을 고조시킨 탓이 크다.북한은 지난 1년 동안 남한을 외면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인권대응,고립탈피를 위한 외교에는 적극성을 보였다.
한 탈북자 단체가 9월21일 경기도 파주에서 북한으로 전단을 풍선에 넣어 날려보내고 있다 북한은 대북전단을 문제삼아 2차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켰다.
◆답보상태 면하지 못한 남북관계=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대남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했지만 남북은 2014년 단 한차례의 고위급 접촉만 가졌을 뿐이어서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했다.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됐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고 밝혔다.이어 한국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전격 수용하면서 2월12일 남북 1차 고위급 접촉이 성사됐다. 김규현 남북 고위급 접촉 남측 수석대표는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으며, 우리 정부는 신뢰에 기초한 남북관계 발전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라고 말해 관계개선의 기대를 모았다.박근혜 정부와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뒤 이뤄진 첫 당국 간 합의로, 남북 최고 지도자 간의 의중을 교환할 수 있는 고위급 채널이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판문점 우리측 지역에서 남북 장관급이 만나서 설계기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2월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들이 이별의 한을 달랬다. 그래서 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한 기대도 컸다.우리 정부가 8월에 2차 고위급 접촉을 북한이 원하는 날짜에 갖자고 제안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 사이에 북한은 미사일과 로켓을 쏘았고 핵실험 강행을 위협했다.그러다가 북한은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해 남북은 다시 얼굴을 맞댔다.북한은 최룡해 당비서,황병서 군총정치국장,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비서를 아시안게임 폐막일인 10월4일 보내 2차 고위급 회담을 10월 말이나 11월초에 갖는데 합의했다. 김양건 통전부장은 당시 "이번 기회가 북남 사이의 관계를 보다 좋게 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이에 따라 연말까지 남북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마저 나왔다. 그러나 2차 고위급 접촉은 성사되지 못했다. 북한은 김정일 일가를 비난하는 '대북전단'(일명 삐라) 살포를 우리 정부가 나서 중단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의 최고존엄을 악랄하게 훼손하는 삐라 살포 망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남 대화도, 북남 관계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이에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도 "북한이 민간의 자율적 전단 살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이를 비호·지원한다고 왜곡하고, 이를 빌미로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맞섰다. 북한은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임금규정을 일방으로 뜯어고쳤다. 남북 합의로 5%범위 이내에 근로자 임금을 인상한다는 규정을 고쳐 북한 측 기구인 총국이 언제든지 마음대로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정부는 임금과 노무,세금 등은 남북협의로 해야한다며 항의 통지문을 보냈지만 북한은 수령을 거부했다. 북한은 임금규정 개정은 주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북한이 언제 임금인상을 요구할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통일준비위원회 정부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29일 "상호관심사를 논의하자"며 대화를 제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비 난 뿐이었다. 북한 노당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체제통일의 개꿈에 사로잡혀'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에 대한 반응은 보이지 않은 채 "체제대결을 본격화할 기도 밑에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냈다"며 통준위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노동신문은 이어 31일에도 논평에서 "북남관계를 파국 상태로 몰아넣은 장본인은 다름아닌 남조선 괴뢰패당"이라면서 "남조선 당국은 시대착오적인 대결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신문은 "이 해를 마감짓는 오늘의 북남관계 현실은 너무나도 파국적이며 험악하다"면서 "우리에 대한 남조선 당국의 적대관념과 대결정책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신문은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비판, 대북전단 살포, 한미합동군사연습, 대북 인권 공세 등을 '반공화국 대결책동'의 사례로 들었다.대외용 라디오방송인 평양방송도 이날 "괴뢰패당이 근본적인 대북정책 전환에 나서지 않는 한 새해에도 북남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통일부는 북한의 올해 대남정책이 강·온 전술의 주기가 짧아지고 변동 폭이 증가하는 등 성급하고 과격한 양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갈지자 행보에 대해 "1인 지배체제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안으로는 체제 결속을 다지고,밖으로는 인권 압박에 따른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북관계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2014년 北, 외교다변화 총력전=2014년은 북한이 외교 다변화를 위한 총력전을 펼친 한 해로 평가될 전망이다. 북한은 2012년 말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국제사회에서 외톨이로 전락했다.이런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해 동안 외교 총력전을 펼쳤다.리수용 외무상은 외교수장으로서는 무려 15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그는 "미국의 대북조선 적대시 정책이 완전히 종식돼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 실질적으로 제거된다면 핵 문제는 풀릴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또 강석주 당 국제비서는 지난 9월 독일과 벨기에 스위스,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을 순방하면서 유럽연합(EU)에 북한 외교 공관 설치를 위한 논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그는 인권문제에나 신경 쓰라는 핀잔만 들었다. 특히 강 비서를 만난 유럽의회 엘마 보코 외교위원장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결의를 할 것과 EU와 북한 간 정례 인권대화 재개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 방문길에 오른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평양공항에서 환송나온 간부들과 악수하고 있다.
북한은 전통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친러 행보를 보였다.러시아는 옛 소련 시대 북한에 빌려줬다고 돌려받지 못한 110억달러의 90%를 탕감해주고 10억달러도 북한의 보건,에너지 등에 재투자하기로 했다. 10월에는 무역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했다. 김정은은 최측근 최룡해 당비서를 지난달 자신의 특사자격으로 러시아에 보내는 등 고위급 교류도 늘렸다.북중관계는 소원해졌다.지난해 2월 제3차 핵실험과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북중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이에 따라 정치적 냉각기가 한해 내내 지속됐다. 7월에 열리는 북중 우호조약 체결 53주년 기념행사가 취소됐고 10월 북중 수교 65주년 기념일에 대해서도 북한은 침묵을 지켰다.북미 관계는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이견과 인권문제로 극한으로 치달았다.북한은 조건없는 대화를 주장한 반면, 미국은 비핵화를 먼저 취할 것을 요구했다.교착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인권문제였다.국제사회는 1년 내내 인권문제를 내세워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2월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3월 유엔인권이사회가 채택했다. 또 인권문제를 다루는 유엔 제3위원회가 11월에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12월에는 유엔총회가 또 채택했다.이어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상황을 의제로 채택했다. 안보리가 의제로 채택한 결과 이 문제는 3년 동안 언제든지 논의될 수 있게 됐다.3년 안에 언제든지 북한 인권상황이 논의되면 그 때부터 시한이 다시 3년 연장되는 만큼 북한 인권문제는 사실상 영구 논의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통일부 당국자는 "정상적인 국제사회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북한은 전방위 외교를 펼쳤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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