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미완성의 완성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아리아로 유명한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중에서도 '나비부인' '라보엠' 등과 함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사실은 미완성작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푸치니는 이 작품의 3막을 쓰다가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죽음으로 인한 미완성이었으니 조금만 더 살았더라면 작품을 완성했으리라는 추정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에게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도 작품을 완성하기가 과연 쉬웠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푸치니는 남녀 주인공 투란도트 공주와 칼라프 왕자 간의 사랑의 2중창을 끝내 마무리 짓지 못했고, 그가 죽고 난 뒤 이 2중창과 피날레 부분은 알파노라는 제자가 푸치니가 남겨놓은 단편적인 스케치를 바탕으로 완성하는데, 알파노는 두 주인공이 사랑의 기쁨과 환희를 노래하는 해피엔딩을 택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복한 결말은 그의 오페라 대부분이 남녀 주인공의 이별과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푸치니는 오페라의 마지막을 비극의 정화, 즉 카타르시스로 하는 것을 철칙으로 알았던 작곡가였다. 거기에 생전의 푸치니의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투란도트의 결말은 어쩌면 스승의 뜻과는 반대였거나 최소한 왜곡한 것일 수도 있다.  만약에 푸치니가 살아서 투란도트를 다시 완성한다면 결말을 어떻게 지을까. 해피엔딩을 완전히 뒤집어 비탄의 눈물을 흘리게 하며 끝나게 하지는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해 가면서 보고 듣는다면 이 오페라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음악사의 몇몇 미완성 작품들은 미완성으로 인해 오히려 감상자에게 더욱 많은 해석의 재량을 주는 곡들이다. 예컨대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곡명부터가 미완성이듯 미완의 작품의 대명사처럼 돼 있지만, 과연 이 작품이 미완성이냐에 대해선 많은 논란이 있다. 이 같은 논란과 해석이 결코 전문 연구자나 비평가들만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 모든 감상자 하나하나가 자신만의 해석과 비평을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작곡가의 미완성을 완성시켜 주는 길인지 모른다. 사실 그건 미완성 작품들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어떠한 음악이든 감상자가 그 음악의 일부로 참여하는 태도, 그것이 클래식을 좀 더 풍요롭게 듣는 방법이다. 음악뿐이랴. 세상의 모든 예술 작품들을 진정으로 완성시키는 길도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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