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외환보유액 늘고 환율 유연성 높아…러 존재감 낮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러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를 불러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러시아발 혼란이 신흥국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최근 분석했다.신흥국 경제위기는 1998년 러시아의 국가부도 선언 이후 시작됐다. 이어 주요 신흥국 환율이 요동치면서 주식과 채권은 고꾸라졌다. 같은 해 10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0% 급락할 정도로 미국에도 파장이 미쳤다. 이는 결국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닷컴버블 붕괴로 이어졌다.그러나 비즈니스위크는 1990년대 후반과 현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신흥국의 외환 곳간이 가득 채워져 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4162억달러(약 458조8188억원)다. 지난해보다 1000억달러 정도 줄었으나 여전히 세계 4~5위다.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 1250억달러를 갚기에도 충분한 규모다.다른 신흥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상위 10개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8조1000억달러로 15년 전 7000억달러의 11배가 넘는다.요즘 많은 신흥국은 1990년대와 달리 고정환율제 아닌 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통화스와프 같은 다양한 방어막도 만들었다. 각국은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달러 빚을 줄였다.과거 러시아는 루블화 변동 폭을 엄격히 제한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율변동환율제를 운영 중이다. 따라서 루블화 가치가 급락해도 그 충격은 러시아에 돌아간다. 외환 패닉이 주변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적다는 뜻이다.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제력이 1990년대 말에 비해 급격히 커진 데다 미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점도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7%대로 둔화하긴 했지만 중국의 성장률은 여전히 주요국 가운데 최고다. 미국은 내년에 2.9~3%의 성장률이 기대될 정도로 선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성장엔진이 세계 수요를 뒷받침하는 한 러시아발 금융위기가 신흥국 전체에 충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은 적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러시아 경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은 것도 불행 중 다행이다. 특히 올해 들어 수차례 이어진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는 더 고립됐다. 상당한 자금이 이미 러시아를 빠져나갔다. 주요 외국 기업들은 러시아의 위기 상황에 대비해왔다.글로벌 컨설팅업체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오틸리아 단드 부소장은 "세계 지도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부분이 방대하지만 금융시장의 영향력은 기껏해야 이탈리아 정도"라고 표현했다.물론 과도한 낙관은 금물이다. 유가 급락세와 달러 강세, 미국의 금리 정상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작은 위기가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특히 1990년대 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5%대였다. 미국은 경기부양 차원에서 2004년까지 금리를 꾸준히 낮췄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위기가 온다고 미국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기란 어렵다.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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