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유가 급락과 서방의 경제제재에 러시아가 디폴트 위기로 빠지면서 코스피에 대형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까지 앞둔 상황이라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위축되면서 유동성 악화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날 러시아 정부는 루블화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6.5%나 인상해 10.5%에서 17%까지 끌어올렸으나 장중 달러당 루블화는 80루블을 돌파하는 등 급락하면서 디폴트 위기가 커졌다. 각국 증시도 러시아 디폴트 우려 여파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 우려가 국내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현재 경제상황에서 미국의 출구전략이 바로 개시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대외적 이벤트에 대해 지나친 공포심리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 전반적으로 현재 유가 폭락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미국의 셰일오일을 견제하기 위한 점유율 방어 측면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 세력확대를 방어하기 위한 측면이다. 현재 러시아 경제상황을 살펴보면 두번째 측면이 훨씬 크다고 판단된다. 유가 폭락의 목표가 러시아라면 유가가 바닥을 다질 시점도 멀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온다. 배럴당 100달러 수준의 러시아 재정균형 유가는 이미 멀어졌고 현재 유가는 러시아 원유의 순수 생산원가마저 하회할 수 있는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극단적 비관론의 관점에서는 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원가인 30달러 수준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러시아의 생산단가 평균을 하회하는 현 수준에서 추가적 급락이 제한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이다. 현재 러시아 디폴트 우려 역시 지나친 측면이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러시아의 총 대외채무는 5690억달러이며 이중 단기채무는 863억달러다. 현재 러시아 외환보유고 규모가 4542억달러이기 때문에 단기채무에 대한 상환능력은 양호한 편이다. 다만 장기채무금액까지 합산할 경우 러시아의 총 채무액이 외환보유고대비 125%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포심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러시아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다. 미국계은행에서 러시아로 대출된 금액은 미국계 은행 전체 해외대출 대비 0.7% 정도에 불과하고 유럽계 은행에서도 0.96% 정도에 그친다. 국내 은행의 해외대출대비 러시아 비중 역시 1.6% 정도로 크지 않다. 한국의 실물경기 관점에서 러시아가 미치는 경제적 영향도 적다. 한국의 총 수출대비 러시아 수출의 비중은 전체 1%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대 러시아 수출이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의 총 수출 증가율은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 유가 약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러시아가 가장 큰 직격탄을 맞고 있다. 루블화 가치 폭락에 이어 러시아 증시는 지난달 이후 34%의 폭락세를 기록 중이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감소속도가 더 빨라지면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신흥국들의 디폴트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조정국면에서 국내 및 국제증시가 저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유가의 하방경직성 확보와 함께 이번 FOMC회의가 충격없이 넘어가야한다. 특히 이번 FOMC에서 미국이 본격적인 출구전략 신호를 보여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연준은 양적완화정책 종료 이후에도 '상당기간(considerable time)'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노력해왔다. 그러므로 이번 회의에서 이 문구가 삭제된다면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 압력이 매우 낮고 글로벌 경기불안이 지속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연준이 곧바로 출구전략 방향성을 내비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상당기간'이란 문구가 삭제된다고 해도 금융시장 불확실성 최소화를 위한 완충장치가 따로 마련될 것으로 판단된다. 코스피는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1900선 지지에 대한 기대도 약화되며 저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충격이 있다고해도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FOMC회의에서 연준의 시장친화적 자세가 좀더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주주친화적 정책이 확대되면서 밸류에이션 정상화 요건이 갖춰지고 있다. 또한 국내 소재와 산업재 부문이 지난분기 실적 쇼크로 감익이 빠르게 진행되며 충분한 주가조정이 이뤄져있기 때문에 FOMC 회의 결과 확인 이후 코스피가 저점을 찾고 반등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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