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펀딩, 기부문화로 정착‥예술 다양성 지킴이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클라우드 펀딩이 기부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미 클라우드 펀딩은 영화, 연극, 전시, 공공미술은 물론 책 출간 등 다양한 문화예술 생산 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노동의 종말'로 유명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가까운 시일내에 공유경제가 활성화돼 새로운 협력주의자들이 나타나 문화 생산 방식이 '클라우드' 형태로 변모할 것으로 예견한다. 따라서 클라우드 펀딩은 문화예술계의 단순한 불황 타개책을 넘어 문화현상을 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클라우드 펀딩이 최근 기부문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눈길을 쓴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화예술위')가 실시한 4건의 클라우드 펀당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실례로 지난 7월21∼9월30일 '행복을 배달하는 사진유랑단' 프로젝트의 클라우드 펀딩 2000만원 모집을 실시한 결과 총 239명이 참여, 2100만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평소 장애로 몸이 불편하고 외부 시선이 부담스러워 사진관을 찾지 못한 이들을 직접 방문, 사진을 찍어 액자에 담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때 모여진 돈은 전시회 비용, 차량 이동비, 사진액자 구입비 등으로 활용했다.또다른 사례로 9월29∼11월23일까지 진행된 '꿈의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펀딩 800만원 모집에 561명이 참여, 1000만원을 모금에 성공했다. 이 후원금은 베이스 드럼, 마림바, 더블심벌, 더블템버린, 트라이앵글, 실로폰 등 타악기 마련에 사용됐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안산지역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 취약계층 청소년 62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다. 지난 10월1∼11월30일까지 진행된 '제 3회 민들레예술문학상 국민시상금 마련' 프로젝트에서도 총 172명이 참여, 1500여만원이 모였다. 당초 목표액은 1000만원, 예상외로 모금이 빨리 이뤄져 문화예술위에서는 조기 마감하기도 했다. 민들레예술문학상은 노숙인, 쪽방촌, 주거취약계층 가운데 시나 수필 등을 공모, 시상하는 프로그램으로 주거 지원을 위해 진행하고 있다. 9월22∼11월24일 모금이 이뤄진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희망의 심포니' 역시 114명의 후원자들이 1000만원을 모금, 시각장애인들의 연주활동을 지원했다. 2011년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은 단장, 예술감독, 정단원 등 9명으로 구성돼 미국 카네기홀에 섰던 공연단체다. 이들은 다른 이들에게 힐링과 감동의 메시지를 담은 공연 활동을 위해 자금이 필요, 문화예술위가 클라우드 펀딩을 통한 지원을 펼쳤다. 이같은 문화예술위의 클라우드 펀딩은 여느 펀딩과 확연히 다르다. 통상 클라우드 펀딩은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모금 및 프로젝트 실현에 따른 보상을 기부자에게 전달하는 형식이다. 가령 시인이 시집 출간을 위한 클라우드 펀딩을 실시했다면 추후 시집으로 모금액에 대한 보상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위는 보상 없이 순수한 기부 개념으로만 모금을 실시, 예술가 및 예술단체 등의 창작활동, 프로젝트 실현을 돕고 있다. 문화예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부형 펀딩에 많은 이들이 순수한 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아예 기부문화 형태로 정착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금 단위가 3000원부터 몇 만원 단위로 소액 기부를 받아 진행하며 기업 후원형태인 메세나와 양립, 문화예술 창작을 활성화시키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클라우드 펀딩은 영화의 경우 퀴어영화, 다큐멘트리영화 등으로 확산되면서 영화 다양성 및 산업 전반을 키우는 젖줄 역할을 해왔다. 2012년 영화 '26년'의 펀딩 성공 이후 클라우드 펀딩은 상업영화시장에서 자금 확보의 한 통로로 자리잡은 상태다. 현재 클라우드 펀딩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나무'를 비롯, 일반 클라우드 펀딩업체인 굿펀딩, 텀블벅, 유캔펀딩 등의 플랫폼이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예술작품 펀딩 중재로 호평받고 있다. 거대 자본이 아닌 문화매니아들의 자본력으로 문화 다양성을 지켜 나가며 향후 기부문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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