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물가 동향에 대해 상이한 시각을 드러내며 충돌했다. 초점은 0%로 떨어진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 상승률이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의 전조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GDP디플레이터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올해 1분기의 1.0%에서 2분기에 0%로 떨어진 데 이어 3분기에도 0%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눠 구하는 GDP디플레이터는 소비재뿐만 아니라 생산재, 교역재,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물가지표의 하나다. 김준경 KDI 원장은 그제 한 강연에서 GDP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선행하므로 향후 소비자물가도 떨어질 것이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용승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어제 3분기 GDP 통계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GDP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선행하기보다 동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조 부장은 3분기에 내수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로 0.7% 상승했지만 수출 디플레이터가 7.7%나 하락했고, 이는 환율이 떨어진 데다 정보기술(IT) 제품 가격의 하락 폭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는 국책 연구기관인 KDI가 정부를 대신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부각시키면서 사실상 한은에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촉구하는 태도를 취하자 한은이 발끈하고 나선 모양새다. KDI가 늘 정부 입장만 대변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도 썩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한은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우선 GDP디플레이터가 소비자물가지수와 동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길게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경기순환 국면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달리 나타날 수 있다. 조 부장은 수출 디플레이터의 하락이 전체 GDP디플레이터를 잠식한 효과를 강조했지만, 내수 디플레이터만의 상승률 0.7%도 적정한 수준에 못 미친다. 한은이 물가 관련 통계를 너무 안이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는 1%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넘게 이어져왔는데도 2.5~3.5%라는 터무니없는 물가목표를 유지하고 있을 리가 없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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