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 상태가 고착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 오르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개월째 1%대 행진이다. 조만간 0%대로 한 단계 더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해 상반기에 1.0%에서 1.7%까지 올랐다가 하반기에 1.0%까지 추세적으로 다시 떨어진 흐름이 심상찮다. 지난 7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부양 가속페달을 밟고 한국은행이 8월 이후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낮춰 발을 맞춘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전형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물가상승률이 아예 마이너스인 디플레이션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로 일본이 그랬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1992년 1%대, 1993~94년 0%대에 이어 1995년부터 마이너스 행진을 시작했다. 우리도 일본과 같이 본격적인 디플레이션을 겪게 될까? 최 부총리는 몇 달 전부터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을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그럴 가능성을 부인해온 한국은행도 최근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어제 공개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일부 금통위원들이 저물가 장기화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최근 국제 유가의 급락이 국내 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이런 공급 측면 대외요인만으로 최근의 물가 하락세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산업활동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 후생을 늘려줘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지난 1년 동안 1.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8월 이후 15개월 만의 최저치다.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 예상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 15개월 동안 2%대에 머물렀다. 물가상승률을 적절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경기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적절한 수준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관리 목표는 2.5~3.5%다. 돈을 좀 더 풀거나 이미 풀어놓았지만 대기업 곳간 등 여기저기 고여있는 돈을 돌게 만들지 않고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공포로 바뀌기 전에 선제적인 대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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