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화학·건설 등 주요 업종 부진 심화 영향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올해 투자등급 기업의 신용등급변동 성향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우량 기업들마저 망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화학·건설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불황이 심화되면서 동부·현대그룹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도 등급 하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기존에는 우량 기업은 등급이 올라가고 하위 등급은 더 내려가는 양극화 추세를 보였으나 이제는 위아래 할 것 없이 모두 다 등급이 떨어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양진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2일 "과거에는 대체로 신용등급이 상위 기업은 올라가고 하위 기업은 내려가는 양극화 추세였는데, 최근에는 조선·화학·건설 등을 중심으로 투자등급 기업의 등급 하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등급과 투기등급을 합친 전체 신용등급변동 성향은 이미 지난해 -3.4%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우량 기업들이 포진해있는 투자등급의 등급변동 성향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현재 경기 여건이 안 좋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투자등급 기업 중 신용등급이 떨어진 21개 업체는 KT렌탈·KT캐피탈·KT텔레캅·KT ENS·현대하이스코·대우건설·대한항공·두산인프라코어·두산캐피탈·LG실트론·한진칼·대성산업가스·대성산업·동부팜한농·동부메탈·동부건설·동아원·한진해운·현대로지스틱스·현대상선·현대엘레베이터 등이다. KT ENS의 경우 직원이 연루된 대출 사기 사건으로 부도가 발생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여파로 주요 KT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동반 하락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인 현대하이스코는 냉연사업 분할로 사업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과 신용도 하락으로 재무위험이 커진 데다 파생상품 및 지분법 관련 손실 부담이 확대되면서 등급이 떨어졌다. 현대로지스틱스도 순환출자 구조하에서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신용위험이 커진 영향을 받았다. 동부메탈의 경우 동부그룹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그룹 전반의 재무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동성 위험이 확대됐다. 동부팜한농 역시 전반적인 현금창출력 대비 재무부담이 증가하면서 등급이 떨어졌다.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 경기침체 장기화로 수익구조 회복 속도가 느린 상황에서 현금창출력 대비 순차입금이 과도해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LG그룹 계열사인 LG실트론은 반도체 업황 악화 및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하락한 데다 계열 지원 여부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한진그룹 소속인 한진해운은 해운 경기침체 장기화로 영업성과 개선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모그룹의 자구계획 이행의 불확실성이 반영되면서 등급이 하락했다. 대한항공 역시 한진해운과의 신용위험 공유 확대 및 투자 증가로 재무부담이 가중됐다. 대한항공과 회사채에 대한 연대보증 의무를 지고 있는 한진칼도 등급 하락을 피해갈 수 없었다. 대우건설은 해외 사업의 수익성 저하 및 국내 개발 사업의 손실 확대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등급이 떨어졌다.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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