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EC 부당노동행위 원고 승소 판결 '논란'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법원이 회사가 파업참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문건을 작성해 해고한 사실을 인정하고도 이를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반도체업체 KEC가 “정리해고를 부당노동행위로 본 재심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판결문에 따르면 KEC노동조합은 2011년 파업을 했고, 회사의 노무부서는 이 시기에 '인력구조조정 로드맵'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파업참가자의 회사복귀를 차단하고 전원퇴직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추가 징계나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는 계획도 적혀 있다. 이후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75명을 해고했다. 사측은 이에 "문건을 작성했지만 적용하지 않고 폐기했고, 이를 근거로 해고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문건은 회사 기획조정실 직원이 작성했고 관리부장도 관여하는 등 실무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했다가 폐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조가 노사합의서를 수용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근로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회피하려고 노력한 사정이 보인다"면서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또 "해고 당사자가 불법 파업으로 회사에 손해를 가하고 형사처벌을 받은 사정을 평가항목에서 제외한다면 오히려 성실히 근무한 근로자와 비교해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회사측이 2008년부터 적자를 내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경영상의 위기 상황을 만들어 파업참여자들을 정리해고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은 사측의 일방적인 입장을 들어줬다는 비판이 크다. 노동법은 근로자가 노조에 관련된 일을 한다는 이유를 해고되거나 불이익을 받으면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광택 국민대 법대 명예 교수는 "불법파업이었다고 해도 일부의 불법파업이 전체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노사 쟁의에서 일방적으로 한 편의 손을 들어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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