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측근으로 거론돼 온 정윤회 씨가 소위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여러 차례 만나 국정에 개입해왔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28일 언론에 공개되자 청와대는 즉각 문건 속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이 사안의 핵심은 문건에 나와 있는 대로 일반인인 정 씨가 청와대 실세 비서관 등과 만나 국정운영에 의견을 개진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 없느냐다. 일단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정 씨와 비서관 3인 등이 만남을 가진 것 자체부터 부인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건에 언급된 사람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만남 장소로 지목된 식당에 간 적도 없다는 답변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구체적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한 것은 아니나 정 씨가 청와대 실세 비서관들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퇴진을 꾀했다는 등 보도내용이 모두 사실무근이란 설명이다.이런 문건이 작성된 배경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일했던 경찰 출신 A경정이 시중의 풍문을 모은 '찌라시(증권 정보지)'에 나온 내용을 취합한 것뿐이며, 내부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별다른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언론에 공개된 문건의 일부를 보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도 상당하다.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란 제목이 붙은 문건 속 내용 중에는 정 씨가 2013년 10월부터 매월 2회 정도 상경해 서울 강남 모처에서 박 대통령 핵심 측근 비서관 3명을 포함한 소위 '십상시' 멤버들을 만나 VIP(대통령)의 국정운영, BH(청와대) 내부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돼 있다.청와대 설명대로 찌라시 정보를 모은 것이라면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거나 '~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했을 테지만, 문건은 '제시하고 있음'이란 단정적 표현을 쓰고 있다. 즉 A경정이 이 같은 사실을 직접 확인한 뒤 문건을 작성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지시하기도 한다 함', '지시하였다 함'과 같이 제3자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옮기는 것으로 읽히는 부분도 있어 청와대의 해명을 뒷받침한다. 민 대변인이 "필요하면 그 장소에 가서 (만남이 있었는지)취재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추가적으로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이런 문건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충격이지만, A경정이 문건작성일로부터 한 달쯤 뒤 원소속 기관으로 원대복귀했고, A경정의 활동에 관여했을 것으로 볼 수 있는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도 청와대를 떠났다는 점이 의혹을 더하고 있다. 정 씨나 실세 비서관들이 자신들에 대한 조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담당자들을 좌천시킨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가 이런 의혹을 포함해 첫 보도를 낸 언론사와 문건 유출자로 지목되는 A경정에 대해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구체적 내용에 대한 진실공방은 향후 검찰수사를 통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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