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질적 변화가 가능해진다. 이동통신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한계를 돌파하면 이전에는 상상만 했던 일을 현실에 구현할 수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 실현되면 1초에 10기가비트를 전송 가능하다. 4G의 최대 전송량인 초당 100메가비트의 100배에 이르는 속도다. 이 속도면 영화 한 편이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내려진다. 이 데이터 전송 속도라면 차량이 외부 서버와 인터넷으로 교신하며 자율적으로 주행하도록 할 수 있다. 빠르게 주행하는 자동차가 교통신호, 보행자와 다른 차량을 비롯해 도로상의 고정돼 있거나 움직이는 사물을 빠르게 인식하고 그 정보를 클라우드 서버로 보낸 뒤 서버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려면 그 정도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자율주행차량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통신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참여하는 까닭이다.
닛산자동차의 자율주행 시험 차량. 사진=블룸버그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 네트워크 장비ㆍ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가 6억달러를 투자해 5G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일련의 기술을 2020년까지 상업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화웨이가 5G 네트워크에서 리더가 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초싸움'에 자신감 표명= 이 일련의 기술 중 하나가 자율주행차량이다. 에릭 수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자사가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하는 새로운 세대의 자율주행차량을 위한 정보통신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 CEO는 "화웨이는 자동차를 제조할 계획은 없다"며 "자동차를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원격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모듈을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완성차 제조업체들과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수 CEO는 "차량이 자율주행하도록 하려면 영상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신지연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충돌을 피하려면 이상적으로는 통신지연 시간을 0.001초로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G에서는 0.04~0.08초의 지연이 발생한다며 "우리가 궁극적으로 1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로 통신지연 시간을 단축할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5밀리세컨드나 3밀리세컨드에는 이를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그는 화웨이가 5G 네트워크에서 리더가 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2018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서 세계인을 상대로 5G 기술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최근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일 러시아 이동통신사 메가폰과 5G 시범서비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화웨이는 4G LTE 분야에서 에릭슨을 뛰어넘는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로 등극했다. 시장조사회사 오붐에 따르면 화웨이가 이 분야 계약의 38%를 따냈고 에릭슨은 31%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도 2020년 상용화 목표= 자율주행차량 시스템은 메르세데스-벤츠와 닛산 등 자동차 제조업체와 인터넷 업체 구글 등이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화웨이와 삼성전자, 일본 NTT도코모 등이 5G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는 쪽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통신회사 NTT도코모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5G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잡고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과 손을 잡았다. 화웨이는 실험실에서 초당 115기가비트를 전송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실험실에서 시연한 것이라 의미 있는 속도로 여겨지지는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시속 100㎞ 이상 주행하는 속도에서 초당 1.2기가비트를 전송하는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시연했다고 발표했다. 정지 상태 전송속도는 초당 7.5기가비트로 끌어올리며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2020년 5G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5G 기술을 주도하기 위해 SK텔레콤과 공동 기술 개발을 위한 MOU를 맺었다.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승용차를 전보다 훨씬 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회사에서 야근하면서 차를 원격조종으로 설정해 학원으로 보내 자녀를 태우고 오도록 하는 일이 가능하다. 또 저녁 술자리가 잡힌 날에는 길이 한산한 시간대에 먼저 차를 집으로 보내면 된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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