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중의원 해산을 선언하고 다음 달에 총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2차 소비세 인상 일정을 연기하겠다면서 각료들에게 추가 경기부양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정부가 기대에 못 미치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일본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6%를 기록했다. 2분기(-7.3%)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3분기에는 지난 4월 단행한 1차 소비세 인상의 여파가 가라앉아 경제성장이 재개될 것이라던 장담이 무색해진 것이다. 소비세율 조정은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데 그 일정에 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으니 국민에게 신임 여부를 묻겠다는 것이 아베 총리가 내세운 명분이다. 그는 소비세율을 지난 4월 5%에서 8%로 높인 데 이어 내년 10월 2차로 10%까지 인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대대로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니 2차 소비세 인상 시점을 2017년 4월로 1년6개월 연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재정건전성 회복을 뒤로 미루고 경기부양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아베노믹스의 '파탄' 또는 '실패'라는 얘기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내부 정세를 보면 그렇게 단정하고 넘어갈 상황은 아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율은 30%대로 제1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6%를 크게 웃돈다. 총선거를 해봐야 아베 총리의 재집권이 거의 확실하다. 그에게는 여당 의석 수가 다소 줄어들지 모른다는 정도의 우려만 있을 뿐이다. 그는 이번 총선거를 통해 아베노믹스 실패론을 내치고 재추진 로켓을 장착하는 결과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아베노믹스의 강화 및 장기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아베 총리가 예상대로 총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다. 그러면 이른바 세 개의 화살 중 구조개혁의 일정을 더 길게 잡고, 금융완화와 재정확대를 통한 돈 풀기에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로 인한 엔저 가속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괴적 영향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물론 그의 극우보수적 정치행보 강화도 경계해야 한다. 그의 정치적 곡예를 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