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장 바뀐 금감원, 혁신의 고삐 죄어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물러나고 후임에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임명됐다. 박근혜정부의 첫 금융감독 수장인 최 원장은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8개월 만에 하차했다. 동양그룹 사태, 고객정보 유출, KB금융 내분 등 각종 금융사고에 대한 수습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으로선 수장이 임기 도중 물러난 배경부터 곱씹어야 할 것이다. KB금융 내분 사태와 관련해 경징계와 중징계를 오가는 등 피감기관인 금융사의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믿음을 주지 못했다. KT의 자회사 KT ENS의 협력업체들이 벌인 대출사기 사건에 간부급 직원이 연루되는 등 금융사의 사고는커녕 내부 비리조차 막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금피아(금감원+마피아)'로 불리는 금융기관 낙하산 인사의 공급처 역할에는 열심이었다.  금감원은 수장이 바뀌는 것을 계기로 조직의 기능과 조직원의 의식을 대혁신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 검사 및 감독, 소비자보호라는 설립 목적에 맞춰 금융감독기구로서의 기능과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규제개혁과 자율규제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시장친화형으로 움직이면서 사고예방ㆍ적기검사 등으로 감독 방식을 변화시켜야 실추된 시장의 신뢰와 기관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  정책을 다루는 금융위원회와 원활한 협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세계 금융 흐름에 맞춰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감독 방향을 세우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세계는 지금 '핀테크(FinTechㆍ금융기술) 혁명'으로 불리는 선진 전자금융의 변화 속에 놓여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대면 영업채널이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감독 기능과 방식도 달라져야 마땅하다.  금감원은 민간으로 구성된 특수조직이지만 금융사를 검사ㆍ감독하는 업무 특성상 공무원으로 인식되는 반관반민(半官半民) 조직이다. 더구나 지난 주말 금감원 고위직 자녀 결혼식장에서의 축의금 행렬에서 보듯 금감원은 금융사에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다. 공무원 이상의 청렴 의무를 부여하는 쪽으로 임직원의 윤리강령을 정비하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금감원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스스로 변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수장 체제에서도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외부로부터의 개혁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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