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도서정가제로 책값 혼선, '공급률이 관건'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오는 21일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출판·유통업계가 책값 책정을 놓고 일시적인 혼란에 빠져 들었다. 시장에선 책값 인상요인과 인하요인이 동시에 혼재, 소비자들의 불안도 커졌다. 출판업계는 종이값, 제작비 및 공급률 (정가 대비 서점 납품가) 등 상승 압력이 가중돼 책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출판사들의 구간(18개월 이상 경과한 도서) 재정가률이 57%로 나타나면서 가격 인하 압력도 동시에 가중되고 있다. 출판·유통업계는 "초등 학습참고서와 실용도서의 정가제 적용 등으로 할인 경쟁이 사라짐에 따라 소비자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법 개정 이전의 과다 할인을 염두에 둔 정가 책정과 책값 인상 요인을 제거해 앞으로 어떻게 책값 안정을 이뤄나갈 지가 개정 도서정가제 조기 정착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인터넷서점협의회, 소비자모임 등 출판·유통업계는 19일 '올바른 도서정가제 시행을 위한 출판·유통업계 자율협약식'을 갖고 책값 안정을 결의하는 등 책값 상승을 막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어 출판·유통업계는 '자율협의회'를 구성, 책값 인상을 자제해 나갈 계획이다. 자칫 개정 도서정가제가 책값만 올려 놓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따라서 책값 인상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돼 선뜻 가격 인상을 운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체로 출판업계는 책값이 대폭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이 현재 평균도서가격(1만4678원) 및 온라인서점 제공 할인율 등을 조사한 결과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평균 책값이 220원 가량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 도서정가제하에서 도서할인율은 현행 정가의 19%에서 15%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책값이 명목상 4% 인상된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서점의 최대 할인율이 평균 16.5%인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인상율은 1.5%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반면 구간(18개월 이상 경과한 도서) 등 재고서적 재정가 등으로 책값 인하요인도 만만치 않다. 최근 146개 대형 출판사가 출판진흥원에 구간 재정가를 신청한 평균 할인률은 57%다. 이같은 할인율은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경우 책값 인하요인으로 작용할만한 지표다. 따라서 구간 재정가를 실시하려는 중소출판사들의 눈치보기도 극심해졌다. 일단 선도업체들의 구간 인하에 중소업체들도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상승요인과 인하요인이 서로 상충되고, 업계 자율 노력도 작용해 당분간 두드러진 가격 인상은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배진석 출판진흥원 출판기반조성본부장은 "개정 도서정가제가 정착될 때까지 책값이 소폭 요동치고, 혼선을 빚을 수도 있다"며 "기존의 과다 할인 경쟁으로 파생된 문제들을 극복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 본부장은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보완, 개선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출판업계는 향후 책값에 가장 영향을 미칠 변수로 출판사의 공급률을 꼽는다. 출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출판사와 유통업체가 마진 폭을 놓고 줄다리기할 경우 양측의 갈등으로 번져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공급률은 대형서점의 경우 65∼70%, 온라인서점의 경우 50∼60%를 적용하고 있다. 당연히 대형서점 및 온라인서점들이 할인율 축소로 인한 납품가 인하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개정 도서정가제에 통일된 공급률 기준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중소 출판사들은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들이 '갑질'하는 상황에서 공급률을 높이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공급률 기준 마련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정 도서정가제 조기 정착 및 소비자들의 책 구입 증가, 양서 출간 확대 등 출판 환경 개선 여부도 주목거리다. 안현주 클라우드나인 대표는 "온라인서점의 카드 제휴 할인, 배송료 허용, 구간 재정가 등 도서정가제를 무력화시킬 요인들이 여전한 상황에서 개정 도서정가제에 대한 신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도서정가제를 시장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문화산업 육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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