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왕과 공동다승왕, 대상 '싹쓸이', KGT는 그러나 여전히 '여고남저(女高男低)' 불황
김승혁이 SKT오픈 우승 당시 양수진과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면. 사진=KGT 제공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상금왕과 공동 다승왕, 대상까지 '싹쓸이'.올 시즌 한국프로골프투어(KGT)의 주인공은 단연 김승혁(28)이다. 5월 SKT오픈에서 투어 데뷔 9년 만의 생애 첫 우승으로 무명의 설움을 한 방에 털어내더니 10월 '내셔널타이틀' 한국오픈을 제패해 순식간에 '넘버 1'에 등극했다. 그 사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도카이클래식 우승을 곁들였다. 연초 748위에서 출발한 세계랭킹이 122위로 무려 626계단이나 치솟은 이유다.▲ "사랑의 힘으로"= SKT오픈 우승 당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5승의 간판스타 양수진(23)과의 열애를 공개해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연습이나 동반 라운드, 스윙 교정 등 다방면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골프선수라 더 좋다"고 소개했다. 양수진은 실제 전속 캐디가 없는 김승혁에게 자신의 캐디를 보내주는 등 든든한 내조를 곁들였다. 유재철 코치와 함께 완성한 특유의 '타깃 골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공격적인 플레이 대신 위험 요소를 최대한 차단하는, 이른바 철벽 수비에 초점을 맞춘 코스공략이다. 매 샷 마다 다음 샷이 수월한 타깃을 설정해 공략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망가지지도 않는다. KGT 8개 대회에서 2승을 포함해 '톱 10' 진입이 4회, '컷 오프'는 단 한 차례도 없는 일관성의 탄생 배경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체력은 지난겨울 '지옥 훈련'이 출발점이다. 여기에 해병대 복무를 통해 다진 강력한 멘털을 가미했다. "예전에는 미스 샷이 나오면 화부터 났다"는 김승혁 역시 "지금은 다음 샷, 또 다음 홀을 기약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며 "맞춤식 훈련과 나만의 코스 공략, 멘털 등을 새롭게 조합해 골프가 완전히 달라진 느낌"이라고 했다. ▲ "여고남저(女高男低)는 어떡하지?"= 전체적인 투어 분위기는 그러나 여전히 '미니투어'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체 대회 수가 14개, 심지어 황금의 투어시즌인 9월 에도 개점휴업했다. 총상금 10억원대의 빅 매치는 고작 5개, 대부분은 원아시아투어와 공동 주관해 상위랭커를 제외한 대다수 선수들에게는 출전 기회를 잡기조차 쉽지 않다. 황성하 회장(53)의 새 집행부가 매 대회 우승자를 동원해 직접 행운권 추첨에 참여하는 동시에 당첨자와 라운드를 하는 등 다양한 팬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지만 스폰서 유치로 직결되지는 않고 있다. 그나마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던 국내 유일의 유러피언(EPGA)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이 싱가포르로 이동해 볼거리는 줄었고, 2012년까지 열렸던 하이원리조트오픈은 올해 오히려 여자대회로 선회했다. 기업들의 여자대회 선호를 탓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여자대회 최소 상금이 5억인데 반해 3~4억원짜리 'B급 매치'가 5개나 되는 등 파이가 작아지면서 빅스타들이 속속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어 위축과 스타 부재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김우현(23)의 아버지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가 사재를 털어 대회(바이네르오픈)를 만드는 등 고육책을 동원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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