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기준 471억2000만원…2009년 통계편제 이래 사상최대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유사화폐'로 환금성이 높은 귀금속을 신용카드로 구매한 액수가 조사 이래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순금, 골드바, 금반지 등 귀금속은 현금으로 되팔기가 쉬워 카드 깡이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귀금속에 개인 신용카드를 긁은 액수는 총 471억2000만원으로 2009년 12월 통계편제 이래 월별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법인카드를 뺀 개인신용카드(일반ㆍ할부포함ㆍ현금서비스 제외) 사용액으로만 잡힌 액수다. 귀금속 신용카드 소비는 1년 전과 비교하면 90억원(24%)이 늘었고 4년 전인 2010년 8월에 비해서는 165억원(54%)이나 증가했다. 반면 전체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은 30조5580억원으로 1년 사이 2% 증가에 그쳤다. 전체 신용카드 소비는 주춤하는 가운데 귀금속 소비에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에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귀금속은 가맹점이 영세하고 폐업률도 높아 카드사와 제휴가 없는 업종에 속한다. 더욱이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단순히 사치품 선호 탓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봤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귀금속은 환금성이 강한데 비해 과세하기 애매한 물품"이라면서 "귀금속을 신용카드로 산다는 것은 카드깡 우려가 큰 부분이기 때문에 신용카드사에서 한도를 조절해 사금융의 폐해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어떤 물품도 카드깡에 쓰일 수 있긴 하지만 귀금속은 특히 현금화가 쉬워 카드깡의 개연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다른 사치품을 신용카드로 구매한 액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으로 구성되는 유흥·사치업에 나간 신용카드 사용액은 4% 증가에 그쳤고, 골프장에 들어간 신용카드 사용액은 되레 4.5% 감소했다. 귀금속과 함께 의류 잡화로 나뉜 화장품(6.4%), 패션잡화(2.5%)의 증가율도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한 귀금속 정련업체 사장은 "계절적으로 특별히 금 수요가 늘어날 만한 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종로 금시장에는 순금을 가져오면 1돈(3.75g)을 기준으로 8000원을 더 받고 팔 수 있는 거래가 상당히 많이 퍼져 있다"고 귀띔했다. 한 예로 홈쇼핑에서 순금을 신용카드로 구매 한 뒤 오프라인 금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영업형태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금값이 바닥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도 일정부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이사는 "인터넷몰 돌반지만 놓고 보면, 지난해 이맘때 10개도 나가지 않았던 것이 평일 80~150개 수준으로 팔리고 있다"면서 "금값이 떨어지면서 2011∼2012년만 해도 내다 팔았던 금을 역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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