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보다 더 큰 문제는 무기, 고도 성장의 이면 '기본기 부족'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전 세계인이 애플하면 떠 올리는 것은 아이폰이다. 도요타하면 캠리...삼성은 갤럭시, 현대차는 아반테. 하지만 글로벌 선두업체인 양사의 브랜드 시리즈가 스테디셀러인 반면 국내 기업 제품의 판매량에는 부침이 있다. 근본적인 차이는 원천기술이다. 원천기술이 없다보니 베스트셀러 이후 시리즈 후속작이 스테디셀러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을 지탱해 온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최근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이유는 히트 상품를 이을 히트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 요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근본적인 경쟁력의 부족으로 귀결된다. 선도 기업들을 발빠르게 쫓아가 외형적으로는 세계 선두자리를 다툴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지만 그에 걸맞는 기본 경쟁력은 갖추지 못한 것이다. ◆스테디셀러가 없다= 한국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반세기 동안 급격하게 성장해 왔다. 선진국 제품 대비 가격이 저렴하면서 성능면에서는 비슷하거나 더 낫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세계 시장을 호령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제품과 비교할때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브랜드와 성능면에서는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일부 제품은 세계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양적성장을 통해 1위를 달성한 이후 질적이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아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한국 기업이 베스트셀러를 이을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사이 견제에 나선 선진국 기업들이 원천기술력을 기반으로 또 다른 베스트 셀러를 내놓고 있다. 신흥국 기업들은 발빠르게 한국기업을 추격하고 있다. 도망가는 선진국 제품과 쫓아오는 신흥국 제품 사이에 끼어버린 샌드위치가 된 한국기업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애플은 삼성전자와 달리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 삼성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샤오미까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며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이근 서울대학교 교수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넘어선 샤오미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단순한 휴대폰 판매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나 응용 어플리케이션 등 부가서비스에서 매출을 올리는 (삼성전자와는) 다른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환율탓이 크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를 대표할만한 히트 상품이 없다. 원천 기술 경쟁력 차이도 여전하다. 같은 배기량의 엔진을 기준으로 할 때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연비가 국산 차보다 월등히 좋다. 엔진 자체의 출력에도 큰 차이가 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의 디자인이나 시스템분야에서는 일본 업체가 치켜세울 정도로 국산차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면서도 "최근 완성차의 경쟁력인 소재 경량화나 친환경차와 관련한 원천기술 확보 등은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은 고사 상태고 철강, 화학 업종 역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패션ㆍ잡화의 경우 불황에도 불구하고 명품 수입이 늘고 있다. 일부 베스트셀러는 이를 이어갈 후속작을 마련하지 못해 해외 명품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원천 기술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환율을 비롯한 외부 경영 환경에 매번 흔들리는 것도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고도성장 시기에 시장점유율로 표시되는 숫자에만 주력하다 보니 그 위상에 걸맞는 실력은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종의 성장통인 셈이다.이상호 전경련 산업정책팀장은 "국내 제조업 위기는 최근의 환율 불안정, 특히 엔저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원천 경쟁력 문제가 존재한다"면서 "예를 들어 휴대폰 소프트웨어나 조선업의 경우 선상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 등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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