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음만기 단축, 대기업이 솔선해야

법무부가 그저께 포럼을 열어 어음만기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물품거래 때 결제수단으로 쓰이는 어음은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주지만 대금결제가 늦어져 어음 수취인에 부담을 주는 이중적 존재다. 그 부담이 중소 납품업체나 하청기업 등 경제 먹이사슬의 약자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 과제로도 꼽혀왔다. 법무부ㆍ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과 기업, 학계에서 참여해 토론했다. 기업들은 어음이 장기로 발행돼 중소기업이 고통받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해결책에 대해선 입장에 따라 의견을 달리 했다. 중소기업 측은 법으로 어음만기를 단축해달라고 요청했다. 대기업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견기업연합회 측은 만기를 인위적으로 단축하면 어음거래를 포기하거나 외상거래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어음만기가 단축되면 할인이자 부담이 줄어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간다. 법무부 추산 결과 할인이율 0.58% 기준 어음만기를 한 달 단축하면 약 1조원, 3개월 단축하면 3조여원의 어음할인 비용 부담이 감소한다. 지난해 기준 만기 3개월 이상 어음은 종이어음이 65.6%, 전자어음은 47.8%다. 중소기업이 어음을 현금화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5.8일(납품 후 어음 받기까지 31.7일ㆍ받은 어음 현금화 84.2일)이다.  법무부는 약속어음에 한해 만기를 2~3달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무역거래에서 1차적 대금지급 의무를 은행 등 제3자가 지는 환어음과 자금조달이 목적인 융통어음은 대상에서 빠진다. 경제적 약자인 어음 수취인을 보호하고 신속한 자금순환을 통해 경제 활성화도 꾀하는 합리적 방안이 요구된다. 법 개정 취지에 맞춰 만기나 발행일이 적혀 있지 않은 만기백지어음의 발행을 금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도를 바꿔도 실제 거래에서 이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피해기업더러 당국에 신고토록 한다지만 약자인 중소기업으로선 쉬운 일이 아니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이 현금결제에 앞장서 오랜 어음 관행을 끊는 데 솔선해야 한다. 우량 대기업에서 현금을 받은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에 어음을 끊어주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다. 하청기업 계좌에 입금하는 식으로 현금결제 형식을 취하고선 인출은 몇 달 뒤 가능하게 하는 편법도 없어져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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