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업하기 매우 좋은 나라라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은행은 어제 기업환경평가에서 한국이 평가 대상 189개국 중 5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2010년 16위, 2012년 8위, 지난해 7위에서 다시 2단계 상승한 것으로 4년 연속 10위 안에 들었다.특히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는 1위다. 경기가 숨을 죽이고 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업 창업의욕을 자극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어제 시간적 여유가 없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문에 이 같은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 정부의 은근한 자랑과 기대감이 엿보인다. 그런데도 기업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좀 더 짚어볼 대목이 있다는 얘기다. 올해 평가에서 순위가 크게 올라간 부분은 창업, 건축인허가, 소액투자자 보호, 퇴출 등이다. 전기공급은 세계 1위로 평가됐다. 창업환경(17위)의 개선은 고무적이다. 2010년만 해도 세계 60위였다. 창업 절차가 지난해 5개에서 3개로, 창업시간이 5.5일에서 4일로 줄어든 결과다. 하지만 1위인 뉴질랜드의 1개, 0.5일과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인다. 건축인허가 부문에서는 비용이 크게 줄었고, 소액투자자 보호에선 지배구조와 회사 투명성 등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거꾸로 간 쪽도 있다. 재산권 등록은 75위에서 79위로, 자금조달은 13위에서 36위로 추락했다. 이번 세계은행 평가를 통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인허가 절차나 비용, 행정규제 등이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한 것은 반갑다. 그런데도 창업이 어렵고 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경기 탓만은 아닐 것이다. 탁상 개혁과 현장의 애로 사이에 괴리는 없는지 정부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번 평가 결과를 놓고 기업들이 의아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체감과 다르다는 것이다. 예전의 기업가정신은 어디로 갔는지 안타깝다. 한국은 정보통신 강국이며 사회간접시설이나 물류 환경도 선진국 못지않다. 고급 인력도 풍부하다. 좋은 쪽은 외면하고 정부 탓, 규제 타령만 하는 것은 어떤 어려움도 돌파해나가야 할 기업의 자세가 아니다. 정부나 기업 모두 기업환경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할 것 없다. 정부는 부단히 규제를 개혁하고, 예비창업자는 도전하고, 기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설 때 경제는 살아 숨쉰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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