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민간 택배사의 명절 모습(기사와 무관)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우체국 택배에 이어 농협까지 택배업 진출을 타진하면서 민간 택배사들과의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민간 택배사들은 공공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은 채 국가 인프라를 활용해 민간과 경쟁에 나선 정부 택배사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우체국 택배의 우월적 지위= 최근 월 4만개의 택배 물량을 소화하는 의류업체 A(서울)사는 민간 택배사에서 우체국택배로 갈아탔다. 민간 택배사와 달리 물류배송창고와 관련 사무실을 무상이나 다름없게 쓸 수 있어서다. A사의 경우 민간 중소기업 택배사를 이용하면서 창고 및 사무실(200평) 임대료로 월 1400만원을 소요해 왔다. 하지만 월 200만원이면 물류배송창고와 물류배송 관리 사무실(150평)을 무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우체국 택배를 택했다. 우체국 택배의 배송물량 1개당 단가는 1700원(VAT포함)으로 민간 택배사 대비 100원이 더 소요되지만 실제적으로는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우체국 택배는 월 5000건 이상 계약 고객에 한해 물류배송창고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사무실에 한해 관련법에 따라 소액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중소 택배사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우체국 건물과 물류배송창고를 화주 모집 등 민간 택배사와 경쟁하기 위해 활용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간 택배사만 증차 규제= 우체국 택배는 우편법을 적용받기 때문애 배달용에 한해 증차가 자유롭다. 택배업계는 우체국 택배가 우편배달 차량에 택배를 끼워 배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불공정 경쟁이 차량 운영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뜻이다.화물자동차 운수법에 따라 민간 택배사들의 경우 2004년부터 영업용 차량 번호판 발급이 중단된 상태다. 이 같은 우체국 택배의 우월적 지위는 지난 13일 열린 우정사업본부 국정감사에도 지적됐다. 이재영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에 대한 질의에서 우체국 택배가 이 같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민간 영역에 침범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질타했다. 이 의원은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이용한 운송 허용 ▲우체국 창고의 중소 인터넷 쇼핑몰 무상제공 ▲전국 우편집중국 25개 이용 ▲우편 및 택배화물 분류에 공익근무 요원 투입 ▲우체국 택배 간선차량 고속도로 갓길 통행 허용 등을 불공정 사례로 꼽았다.특히 이 의원은 "우체국은 택배라는 이름을 사용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정사업본부장은 알고 있는지"라고 물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알고 있으며 원래 방문접수 소포가 정확한 명칭"이라고 답했다. ◆우체국 때문에 적자인데 농협까지 택배 진출= 민간 택배사들은 2000년초 우체국 택배 설립 이후 민간 택배사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택배단가가 5000원에서 2500원으로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택배업을 하고 있는 대리점, 영업소 등의 수익저하로 이어져 배송기사의 생계 악화, 취업기피 등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체국에 이어 농협도 택배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나섰다. 23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토·일요일 없이 상시로 하는 택배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대표도 "재무분석을 했을 때 3개년 정도 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월 간부회의에서 "농협 택배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농협이 택배업 진출 시 우체국택배와 마찬가지로 국토부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우체국택배가 우편특별법의 적용을 받음으로써 화물차 증차 금지 같은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농협이 공기업으로 구축해 놓은 전국의 하나로마트를 택배 영업소, 취급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농협이 공익과 농민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공공시설을 수익사업인 택배사업에 활용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 택배사 관계자는 "농협물류, 택배 등의 사업이 적자를 보더라도 신용부분에서 이익을 보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택배 단가저하로 이어져 택배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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