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대응' 나이지리아…'에볼라 퇴치국가'로 이름 올려
▲나이지리아가 '에볼라 퇴치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 배경에는 신속한 대응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사진제공=CDC]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최근 서아프리카를 다녀왔다. 열이 났다. 구토를 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병원으로 직행했다. 병원에 도착한 그는 "최근 서아프리카를 다녀왔는데 열이 나고 구토가 있다"고 자신의 상태를 자세히 설명했다. 의료진은 그의 말에 모든 의료진에게 안전장비를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그를 진찰했다. 혈액 샘플을 통해 그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의료진은 그를 완벽한 격리시설에 수용한 뒤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역학조사 결과 그와 접촉한 사람은 수십 명에 이르렀고 정부는 이들에 대한 실시간 건강 파악에 들어갔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인 21일 동안 이들을 정밀 관찰했다. 21일이 지난 뒤 다행히 이들은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았고 에볼라 사태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여기 또 다른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최근 에볼라에 감염됐던 사람과 접촉을 했다. 두렵고 당황한 그는 당국의 역학조사에 응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 돈이 많았던 그는 호텔을 하나 예약한 뒤 개인 의사를 고용해 치료를 받았다. 개인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은 그는 회복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줄 알았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를 치료했던 의사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말았다. 이 의사는 에볼라 환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자신의 병원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돌보았다. 의사는 끝내 에볼라로 숨졌다. 의사가 죽은 뒤 5일이 지나서야 의사가 에볼라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뒤늦게 정부가 역학조사에 나섰지만 접촉한 사람을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 사이 에볼라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에볼라에 대한 위와 같은 두 가지 다른 이야기는 실제로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에볼라는 침과 땀 등 체액으로 감염된다. 치사율이 50%는 넘는다. 에볼라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상태를 의료진에 자세히 설명하고 에볼라 감염 가능성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진은 '에볼라 매뉴얼'에 따라 신속한 조치를 해야 더 이상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비밀스럽게 행동안 두 번째의 사례는 최악의 에볼라 상황을 초래한다. 자신은 비밀스럽게 치료를 받은 뒤 회복됐다고 환호성을 지르겠지만 이후 치료 의사가 감염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에볼라에 노출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아직 마땅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이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면 에볼라 사태는 전 지구촌을 휩쓸 가능성이 크다. 에볼라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나이지리아와 세네갈이 '에볼라 퇴치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종 에볼라 환자가 나타난 이후 42일 동안 추가로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아 나이지리아를 에볼라 퇴치국가로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과학매체들은 이 같은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나섰다. 사이언스지는 "나이지리아와 세네갈이 에볼라 감염국가에서 해제됐다"고 일제히 소식을 전했다. 미국 댈러스 지역에도 에볼라 공포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최초의 에볼라 감염자였던 던컨이 사망한 이후 그와 접촉한 미국인들을 역학 조사했는데 잠복기인 21일이 지났는데 감염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에볼라에 감염됐던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인 스페인과 노르웨이 의료진 두 명도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지리아가 에볼라 퇴치국가로 이름을 올린 배경에는 신속한 대응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매체들은 분석했다. 나이지리아는 최초 에볼라 발생이후 정부와 민간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신속한 대응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런 배경에는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류가 활발한 나이지리아 정보통신 환경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빠른 대응과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현재 에볼라 사태를 누그러뜨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