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기금 200억·희생 각오'…공무원연금 대충돌 일어나나

공무원노조, 정부 공무원연금개혁 반발 사상 최대 집단행동 나서...정부 뒤늦은 대화시도 '헛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공무원노조 공무원연금 개혁안 반대 [사진=KBS 방송캡처]

전국 100만여명의 공무원들이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발해 '투쟁 기금' 200억원을 모으는 등 사상 최대의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 들어서야 공무원노조와의 대화를 시작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와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은 지난 3월부터 200억원을 목표로 공무원연금개혁 투쟁기금을 모금하기 시작해 현재 양측의 모금 총액이 15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조합원 12만명대의 전공노가 약 70억원을 모금했고, 11만명대인 공노총이 80억원 가량을 모았다. 공무원노조들은 조합원인 8~9급의 경우 5만원씩, 6~7급은 10만원씩 걷고 있으며, 비조합원인 5급 이상 간부공무원들도 자발적으로 20~30만원씩 모금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공무원노조들이 이처럼 거액의 투쟁 기금을 모으는 것은 버스 대절비 등 집회 비용을 마련하는 것 이상으로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는 의미다. 구속ㆍ해고 등 '희생자' 발생을 각오한 강경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200억원의 투쟁 기금은 대부분 '희생자'들에 대한 생계비 지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전공노의 경우 이미 2009년 파업 당시 해고된 130여명의 전직 공무원들에게 당시 마련했던 투쟁기금 100억원을 활용해 생계비를 지급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경우엔 공무원들의 자발적 모금 열기가 높아 14일 하루에만 전공노 산하 지부들이 모은 돈이 2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등 조만간 목표액 2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무원노조들은 또 오는 11월1일 여의도광장에서 전교조ㆍ교원단체연합회 등 교사들과 함께 약 10만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대정부 규탄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집회에는 전공노 4~5만여명, 공노총 3만여명, 전교조 등 교사 3~4만여명 등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돼 공무원노조 사상 최대의 집단행동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공무원노조합법화 투쟁, 2009년 전공노 파업 때의 2~3만명보다 훨씬 더 큰 규모다. 공무원노조들은 참여 목표 인원 10만명 달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27일 서울역 집회 당시 목표 인원 5000명을 초과해 7000여명이 집결하는 등 조합원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경우 파업은 금지돼 있지만 노조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집회는 가능하다. 한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하위직 공무원들인 조합원들이 실제 현실과 거리가 먼 '연금귀족' '세금도둑'이라는 세간의 왜곡된 평가와 노후 보장 박탈 가능성에 분노하고 있다"며 "정부가 어떠한 사회적 공론화나 대화 없이 일방적ㆍ졸속적으로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바람에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너도 나도 모금ㆍ집회에 참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에서야 공무원노조들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안전행정부의 정종섭 장관은 지난 주 공무원노조들과 만나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최대 조직인 전공노를 '법외노조'라며 참석 대상에서 배제했다가 다른 노조들의 반발로 대화 자체가 무산되는 등 되레 상황을 악화시킨 꼴이 됐다. 지난 13일 오후엔 공노총 간부 3명과 정부 공무원연금개혁전문가위원 3명이 만나 토론을 벌였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 안행부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문제는 노조의 활동과 관련이 있고 집회도 법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고 있지만, 불법 사항이 발생할 경우 철저히 채증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안행부 관계자는 "현재 상시적인 대화 채널은 없지만, 앞으로 장관을 비롯해서 공무원노조들과 언제든지 만나서 대화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공무원들의 연금 개혁에 대한 불만과 요구 등 의견을 수렴 중이며, 여러 곳에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의 구성 여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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