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휴대폰 구입가격이 오히려 비싸져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이런 가운데 국내 휴대폰 구입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조사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휴대폰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기현상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어제 미래창조과학부 자료를 토대로 국내 휴대폰 공급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중저가 일반폰과 고가 프리미엄폰 둘 다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내 일반폰의 공급가격은 230.56달러, 프리미엄폰의 공급가격은 512.24달러로 각각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였다. 지난해 미국의 경우를 보면 일반폰 공급가격은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107.55달러로 18위였으나, 프리미엄폰 공급가격은 505.38달러로 우리와 근소한 차이로 2위였다. 그러나 기종에 따라서는 프리미엄폰의 가격도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차이가 큰 경우가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를 국내에서 사려면 가장 높은 요금제에 가입해 보조금을 최대로 받아도 78만9000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월 60달러 이상 요금제로 2년 약정을 하면 최저 299.99달러(32만2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이런 소비자 구입가격 차이는 대부분 보조금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물론 출고가도 나라별로 통신환경이 다른 데 따른 기능구성 차별화로 차이가 난다. 이런 가격 차이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기능 선택권을 주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요인은 보조금 격차다. 이를 해소하지 않는 한 국내 소비자들은 계속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입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단통법이 똑갱님(똑똑한 고객님)과 호갱님(호구 고객님) 차별을 없애는 대신 온 국민을 국제적 호갱님으로 만들었다는 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우선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는 이통 3사의 암묵적 보조금 담합을 깨트려야 한다. 아울러 폐기된 '보조금 중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의 분리공시제'를 되살리는 것을 포함해 시장에서 적절한 보조금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