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루, 인공자연: 모래-섬-생명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모래로 만든 산과 협곡에 다채로운 생명체가 쉴새없이 움직인다. 아이들이 모여 신기한 듯 쳐다보고 모래를 눌러보고 파헤치고 쥐어본다. 고사리 손등 위로 개미 같은 벌레가 기어오르고, 흐트러진 모래 위 생물들은 핏자국을 남기듯 죽어 가는가 싶더니 죽음의 산이 다시 새 생명을 부여받은 듯 녹색 녹음으로 살아 숨 쉰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듯 관람객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모래와 놀기에 여념이 없다. 호기심을 자극받은 어린이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최근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1층에 마련된 전시회 광경이다. 전시장이 놀이터가 된 듯 냥 시끌벅적하다. '기술과 예술의 융복합'을 테마로, 관객 참여를 집중시킨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작가팀 '지하루'가 모래와 가상현실을 활용해 만든 작품 '인공자연: 모래-섬-생명'은 단연 인기다. 모래는 그냥 모래가 아니라 만져도 잘 붙지 않고, 마치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키네틱 샌드'라는 이름의 물질이다. 지하루는 "인공생태계이지만 생물학과 컴퓨터 게임을 합쳐 자연과 같은 느낌을 추구하려 했다"며 "숲, 자연의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놀이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자연' 옆으로는 하이브의 '잎'이란 작품이 세워져 있다. 나무 모양의 이 작품은 함께 비치된 액정에 메모를 쓰면 종이에 글씨가 새겨져 나뭇가지 끝 낙엽처럼 떨어진다. 내가 쓴 메시지와 함께 타인의 메모들이 담겨져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 이외에도 관객이 입김을 불면 바람에 의해 동파이프들이 움직이고 진동을 통해 소리가 나게 되는 강유진+이수연 작가팀의 작품 '숨결의 소리', 가상의 공과 기존의 핀볼게임의 장애물 장치를 확대시킨 작업인 464의 '증강현실 핀볼게임'이 있다. 김은수 작가의 '라인스'는 어두운 통로에 설치된 여러 가닥의 줄에 영상이 비춰지고, 영상은 관객의 거리에 따라 강약이 조절돼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다섯 개의 미디어 작품은 예술의 상상력과 기술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놀이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서울시 산하 금천예술공장에서 시범 운영해 지난 3월 공모로 선정된 창작품들이다. 미술비평가 유원준씨는 "예술은 더 이상 관조와 침잠을 통해서만 경험되지 않는다"면서 "기술적 상상력을 토대로 또 다른 유희적 놀이로 전개되는 예술, 이것이 우리가 마주하게 될 창의적 세계에서의 놀이의 진화"라고 말했다. 오는 15일까지. 문의 02-807-4800.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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