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한국도로공사의 부채감축 계획은 국민의 눈을 의심케 한다. 26조원에 이르는 빚을 줄이기 위해 2018년까지 연간 투자규모를 3조2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19개 고속도로의 공사를 늦추거나 착공을 보류하는 것이다. 수도권 외곽도로 무료통행 구간에 대한 유료화 등 고속도로 통행료 7% 인상안도 함께 내놓았다. 방만 경영의 산물인 부채를 고속도로 건설을 하지 않거나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방법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경영혁신을 주문하자 본업을 포기하거나 이용자에게 요금을 더 매기겠다니 뻔뻔한 발상이다. 과다 부채에 대한 이유도 군색하다. 공익 목적 감면통행료 과다, 원가 미달 통행료 등 외부 요인 탓으로 돌렸다. 45년 된 공기업의 경영비전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도로공사 부채 규모는 공기업 가운데 5위다. 그럼에도 지난해 70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4000여 직원 중 억대 연봉자가 5%(218명)이고, 평균 연봉 7280만원에 연간 인건비가 3000억원이 넘는다. 퇴직자들에게 인쇄물품과 휴게소 5곳, 주유소 2곳의 운영을 몰아주고 톨게이트 335곳 중 260곳의 운영권을 수의계약으로 나눠준 사실도 드러났다. 공개경쟁 입찰에 부쳤다면 수익 증대에 보탬이 됐을 것들이다. 무료구간의 유료화 추진도 타당성이 떨어진다. 서울외곽순환도로 등 11개 노선 18개 구간으로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대부분 차량 정체로 속도가 느려 고속도로 기능을 잃은 상태다. 상습 정체구간에 대한 요금 인하는커녕 무료구간도 요금을 받겠다는 것은 간접세 성격의 통행료로 고객을 협박하는 행위다. 예상수익도 연간 700억원으로 지난해 지급한 상여금 수준이라서 적자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행료 인상이나 무료구간 유료화, 사업 축소를 거론하기 앞서 비합리적인 경영 개선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빚더미 상태에서도 계속돼온 고임금과 성과급 잔치부터 뜯어 고쳐라. 김학송 사장은 홈페이지에서 "도로를 정성껏 건설하고 관리하여 빠르고 쾌적하고 안전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개혁은 기관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는데서 출발해야 성공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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