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어든 폰 보조금, 암묵적 담합 아닌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효과가 엇갈리게 나타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어제 밝힌 단통법 시행 후 첫 일주일간의 시장변화 분석과 소비자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그렇다. 중저가폰이나 중고폰으로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중저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등 알뜰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소비의 합리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다. 이동통신회사들이 전반적으로 보조금을 기대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한 때문이다. 이는 통신비 부담 경감이라는 단통법의 취지를 바래게 하고 있다. 미래부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동안 중고폰으로 이동통신에 가입한 소비자 수는 하루 평균 4800여건으로 지난달의 2900여건에 비해 63%나 늘어났다. 요금제의 경우 가입자 중 25~45요금제(월 2만5000~4만5000원)를 선택한 비중이 지난달 평균 31%에서 이달 1일 38%부터 7일 48%까지 꾸준히 늘어났다. 반면 85요금제 이상 가입자 비중은 9월 평균 27%에서 10% 안팎까지 줄어들었다. 이런 소비의 알뜰화 경향은 고액 보조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 선택을 사실상 강요하던 유통점의 영업관행이 단통법 시행으로 거의 중단된 데 크게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소비자들 스스로 단통법 시행을 계기로 휴대폰 기종과 통신 요금제를 자신의 이용습관에 맞춰 적정화하는 태도를 더 많이 갖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동통신 3사는 보조금 책정에 인색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1일 처음으로 회사별ㆍ기종별로 공시된 보조금이 너무 적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끓어오르자 이통 3사는 8일 올려 조정한 보조금을 내놨다. 그러나 조정 폭이 일부 기종에 한해 몇 만원 정도 올라가는 데 그쳐 소비자 불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이통사 보조금과 단말기 제조회사의 장려금을 분리공시하는 방안이 막판에 폐기된 탓이 크다. 이로 인해 이통 3사가 보조금 경쟁을 벌일 유인을 느끼지 못하고 서로 비슷한 수준에서 암묵적 담합을 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미래부는 단통법의 긍정적인 효과를 살려나가는 동시에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후속 보완대책을 조속히 강구하기를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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