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는 核 부품ㆍ소재 거래 '몰래바바'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유엔 이란제재위원회는 지난 6월 전문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이란으로 향하거나 핵무기 부품ㆍ소재 불법 교역에 관여한 인물과 관련돼 차단된 거래 30건의 상세 내용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20건이 중국에서 선적되거나 생산된 고강도 알루미늄 오븐 등 이란이 핵무기 확산에 활용할 수 있는 부품ㆍ소재였다.

일본 도레이첨단소재에서 만든 고강도 탄소섬유 T 700은 핵폭탄용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의 소재로 쓰인다. 이 소재는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닷컴에서 거의 아무런 규제 없이 거래된다.

같은 보고서에서 ‘T 700 필라멘트’라는 소재 720㎏이 중국에서 선적돼 이란으로 수송되다가 2012년 12월 싱가포르 세관 당국에 적발돼 압수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T 700은 일본 도레이첨단소재에서 만드는 고강도 탄소섬유로 원자폭탄용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 소재로 적합하다. 이란은 이 소재 720㎏이면 새로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기존 최대 설비 규모로 갖출 수 있다. ◆알리바바와 핵무기 세력=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 사례를 전하며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가 핵무기 부품ㆍ소재가 중개되는 사이버 장터가 됐다고 보도했다. 핵무기를 제조하려는 국가나 세력이 알리바바에서 필요한 품목을 검색하면 판매하는 업자와 접촉해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제제위원회가 공개한 거래 중 상당 부분이 알리바바를 통해 연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런던 킹스칼리지 핵확산방지 연구센터인 프로젝트 알파의 닉 길라드는 “알리바바는 핵무기 제조용 민감 품목을 파는 가상 슈퍼마켓”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 거의 모든 이중용도 품목의 판매 정보가 알리바바를 검색하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중용도 품목이란 민수용과 군수용 양쪽으로 사용되는 아이템을 뜻한다. 도레이첨단소재의 T700은 경주용 자전거나 제트 비행기 소재로도 활용된다. T700을 가공하면 농축 속도가 빠르고 효율도 좋은 원심분리기를 만들 수 있다. 고강도 알루미늄, 머레이징 강(鋼), 고성능 진공펌프, 계측기 등도 우라늄 농축에 쓰일 수 있지만 민간에서도 활용된다. 모두 알리바바에서 찾아 수입(輸入)할 수 있는 품목이다.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이중용도 품목은 10여개인데 이들 품목의 거래는 핵공급국그룹(NPG)의 통제를 받는다. NPG는 중국을 포함해 4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다. 민감한 이중용도 품목의 교역은 NPG 외에 국제기구 10여곳이 예의주시하며 통제한다. 도레이첨단소재가 해외에 T700을 수출하려면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수입하는 측은 최종 수요자라는 인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T700을 수입한 곳에서 다른 곳에 T700을 넘기고 그곳에서 이 소재를 핵무기 제조용으로 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절차다. NPG는 여기에 더해 수입하는 측으로부터 재수출하거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추가 약속을 받는다.◆中 업체들 “수출 문제 없다”= 알리바바를 통한 교역이 우려되는 것은 이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이중용도 품목 수출입은 거의 감시ㆍ통제되지 않아서다. 중국으로 수입된 민감한 이중용도 품목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알리바바 사이트에서 다시 거래돼 손이 바뀐다. FT가 알리바바의 기업간 거래(B2B) 사이트인 알리바바닷컴과 중국내 B2B 사이트 1688닷컴에서 T700 400㎏을 구매하겠다고 제안하자 3개 공장 모두로부터 “최종 수요자 인증이 없어도 팔겠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다른 업자는 수출 통제를 피하도록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T700은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수출보다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할 때 세관에 탄소섬유 대신 일반 섬유라고 신고하면 문제가 전혀 없다”고 들려줬다. 알리바바 닷컴에 이중용도 물품을 광고한 다른 중국 공장 측도 수출 통제는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러 업체는 규제되는지 모른다며 중국 당국이 통제하지도 않는다고 답변했다. FT는 이에 대한 자사의 서면 질의에 중국 세관 당국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도레이 측은 자사 품목을 수입해 재판매하는 회색시장이 중국에 있음을 알고 있다며 최종 수요자 인증을 제출해놓고 수입한 소재를 재판매한 사실이 드러난 업체와는 관계를 끊는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FT에 “알리바바는 이용자가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으로 핵확산방지와 관련한 모든 국제법과 규율을 지지하며 준수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중국 세관 당국 팔짱= 이중용도 품목의 은밀한 거래가 알리바바에서만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FT는 킹스 칼리지 연구원들이 지난 5월 이베이를 통해 중국 업체로부터 MKS 압력 변환기를 구매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 중국업체는 최종 수요자 인증을 요구하지 않았고 수출 허가도 받지 않았다. 이 품목은 우라늄 농축 공정을 제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베이 역시 이중용도 품목 교역을 일일이 체크하지는 못할 듯하다. 위험한 거래를 걸러내는 역할은 결국 물품이 국경을 통과하는 단계를 챙기는 정부 당국의 몫이다. 따라서 알리바바가 사각지대가 된 것은 중국 당국이 책무를 방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