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컵 우승 트로피.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룸서비스 플레이어'.이안 우스남(잉글랜드) 2006년 라이더컵 유럽 단장은 이 대회 역사상 80년 만에 유럽의 첫 3연패를 달성한 뒤 미국의 패인에 대해 "개인적인 기량은 뛰어나지만 전세기를 타고 다니며 호텔에 틀어박혀 혼자 룸서비스 음식을 시켜먹는 모래알 같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라이더컵에 약한 단적인 이유가 단결력 부재라는 이야기다.유럽은 당시 '형제애'로 똘똘 뭉쳤다. 폴 맥긴리(아일랜드)는 친구인 대런 클라크(잉글랜드)의 부인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을 포기했고, 우스남은 다시 단장의 와일드카드로 클라크를 지명하는 등 강력한 동지애를 나누며 '패밀리 마인드'를 키우는데 주력했다. 맥긴리가 바로 29일(한국시간) 끝난 2014년 라이더컵 유럽 단장을 맡아 두 번째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장본인이다.미국선수들은 반면 매 대회 때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미국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엄청난 돈 맛에 길들여진 선수들이 "돈을 주지 않아서"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왕년의 세계랭킹 1위 데이비드 듀발은 예전에 "라이더컵의 엄청난 수입을 선수들에게는 왜 나눠주지 않느냐"고 했다가 "애국심도 없는 배부른 돼지"라고 욕만 실컷 얻어먹었다. 이번 라이더컵의 성패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펼쳐졌다. 유럽은 팀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포섬 8개 매치에서 6승2무의 압도적인 성과를 얻어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여기서 얻은 6점 차의 실리는 결과적으로 16.5점-11.5점, '5점 차 우승'의 동력으로 직결됐다. 미국은 포볼 8개 매치(4승2무2패)와 싱글 12개 매치(4승3무5패) 등 나머지 매치에서는 8승5무7패로 오히려 1점을 이겼다. 포섬이 바로 두 선수가 1개의 공을 번갈아가면서 치는 방식이다. 각자의 공으로 플레이하는 포볼이나 싱글매치처럼 혼자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다. 파트너의 티 샷이 러프로 날아가면 트러블 샷을 해야 하고, 파트너가 짧은 퍼팅을 놓치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유럽선수들은 그러나 파트너가 잘 치면 주먹을 맞대고, 실수를 하면 등을 두드려주는 등 서로 사기를 북돋았다. 미국은 대회가 끝나자마자 최고참인 필 미켈슨이 톰 왓슨 단장에게, 그것도 기자회견장에서 "왜 2008년 폴 에이징어 단장의 우승 공식을 채택하지 않았느냐"며 언성을 높여 자중지란의 모습까지 보였다. 둘째날 벤치 워머 신세로 전락한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왓슨은 "경기는 선수들이 이기는 것이지 포즈 시스템(에이징어의 4명 1조 시스템)이 이기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반성이나 다음을 기약하는 투지는 전혀 없는 장면에서 "미국이 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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