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펜싱계 이순신' 손길승 회장 인천대첩

에페·사브르 무더기金 따낸 '큰 孫' 리더십…영화 '명량' 단체 관람하며 동기부여·예산도 20억으로 4배 늘려

손길승 대한펜싱협회장[사진=백소아 기자]

[고양=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콘서트장에 온 기분이다. 비인기종목에서 인기종목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펜싱 남자 에페 종목에 출전한 정진선(30·화성시청)은 20일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뛰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지 못했다. 관중석의 응원 열기 때문이다. 그로서는 익숙하지 않을 만큼 뜨거웠다. 이날 고양체육관에는 5천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경기장 입구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김영호 대한펜싱협회 이사(43)는 "처음 보는 광경이다.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개인전이 끝난 22일까지 펜싱경기장에는 관중 1만5천여 명이 다녀갔다. 한국 선수들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메달 잔치를 벌여 성원에 답했다. 여자 사브르와 남자 에페를 시작으로 남녀 개인전 여섯 종목에서 금메달 네 개, 은메달 다섯 개, 동메달 두 개를 수확했다. 4년 전 광저우 대회(금 7개, 은 2개, 동 5개)를 뛰어넘는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성적을 기대하고 있다.펜싱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펜싱인들은 한국 펜싱이 인천아시안게임의 성적과 흥행을 주도하는 인기종목으로 떠오른 공을 오직 한 사람에게 돌린다. 손길승 대한펜싱협회장(73). 2009년 1월 협회장에 취임한 그의 과감한 투자와 관심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대회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른 아침부터 경기장에 나와 모든 경기를 챙겨보고 선수단과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손길승 대한펜싱협회장(오른쪽)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허준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백소아 기자]

손 회장은 '이순신 리더십'을 신봉한다. 최근 1천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이 나오기도 전, 손 회장이 협회장에 취임한 뒤 펜싱 관계자들에게 줄곧 강조한 덕목이다. 그는 "이대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손 회장은 전선(戰船) 열두 척으로 일본 함대 133척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전략을 "상대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적은 군사(선수)로도 힘을 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전략을 한국 펜싱에도 접목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손 회장은 "처음에는 선수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가능성이 보이니 자세가 달라졌다. 대회를 앞두고 '명량'을 단체로 관람했는데 반응이 확 오더라"며 껄껄 웃었다.그래서 탄생한 전략이 '비전 2020'이다. 광저우 대회를 앞두고 준비에 착수한 이 계획은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 한 개,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 두 개, 2020 도쿄 올림픽 세계랭킹 1위' 등을 목표로 삼았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예산 문제 때문에 소극적이었던 세계대회 출전 횟수를 늘려 펜싱 선진국의 기술과 경험을 흡수했다. 손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SK텔레콤에서 공식 회장사를 맡으면서 지원도 확대됐다. 연간 3~5억 원 수준이던 협회 예산이 15~20억 원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루마니아, 헝가리 등에서 전지훈련을 했고, 유럽선수권대회에 각 종목 두 명씩 지도자를 보내 전력분석에도 공을 들였다.선수들의 기량과 성적은 가파른 오름세를 탔다. 1년에 열두 차례씩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국제펜싱연맹(FIE) 랭킹이 수직 상승했다. 남자 사브르의 구본길(25)과 김정환(31·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2위에 오른 것을 비롯, 현재 남자 플뢰레를 제외한 전 종목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한국 선수들이 포진했다. 런던올림픽(금 2개, 은 1개, 동 3개)에서는 목표를 뛰어넘어 역대 최고성적을 냈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심재성 펜싱대표팀 감독(48)은 "큰 대회에서 계속 입상자가 나오면서 이제는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경쟁의식이 생겼다"고 했다.오완근 펜싱협회 사무국장(47)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니 '비전 2020'도 수정이 필요하다. 2년 뒤 리우 올림픽 세계 1위를 비롯해 2030년까지 내다보는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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