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룹이 어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터의 새 주인으로 결정됐다. 현대차의 입찰금액이 감정가의 3배을 웃도는 10조5500억원, 3.3㎡당 4억3800만원꼴로 일반의 예상을 훌쩍 넘어섰다. 강남 노른자위 땅이라지만 쏘나타 35만대를 팔아야 만질 수 있고, 지난해 영업이익(8조3115억원)보다도 많은 큰 돈이다. 현대차는 100년 앞을 내다본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세워 그룹의 상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초고층 대형사옥을 지어 계열사를 모으고 자동차 테마파크로 꾸미겠다는 것이다. 코엑스와 잠실 경기장으로 연결되는 이 일대를 복합교류단지로 탈바꿈시키려는 서울시 계획과 조화시키면 서울의 랜드마크로 부각되며 땅값 이상의 가치가 창출될 수도 있다. 정몽구 회장의 강한 의지와 입찰에 참여한 현대차 계열사의 자금력이 어우러져 한전 땅 낙찰에 주효했다. 기업의 미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가치있는 투자라면, 제3자의 평면적 시각으로 입찰가격의 과다 여부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제 현대차는 물론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주가까지 급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이 차거웠던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사업비와 서울시 기부채납까지 고려하면 15조~20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자동차 시장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일본의 엔저 여파로 해외에서 자동차 판매가 흔들린다. 국내 판매도 고연비 디젤 모델을 앞세운 유럽ㆍ일본차의 공세가 매섭다. 그래서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 기술개발 투자가 급하다는 말이 나온다. 같은 날 현대차에 파견돼 일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를 현대차 소속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싼 임금에 사내 하청으로 고용해온 노동자 994명이 정규직이 되는 게 당연하다며 못 받은 정규직 임금 231억원도 지급하라고 했다. 현대차는 내년까지 4000명의 하도급 직원을 직영 기술직으로 채용키로 했지만, 경력을 인정하는 정규직 전환이 아닌 신규채용 방식이다. 비정규직 처우개선도 현대차의 과제다. 글로벌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과 과감한 기업 인수합병으로 경쟁한다. 그러나 한국의 1ㆍ2위 그룹은 핵심 역량과 거리가 있는 부동산 매입을 놓고 경쟁했다. 현대차의 선택이 통 큰 승부수인지, 무리한 투자인지는 앞으로 현대차의 행보에 달렸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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