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怪바이러스, 인류 덮친다

21세기 신종 전염병, 확산은 시간문제

라이베리아 등 2주뒤 1만명 감염 예상…국가 존속까지 위협변종코로나, 10년전 비행기 통해 40개국 확산…치사율 10%

▲전 세계적으로 신종, 변종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그래픽=이영우 기자]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21세기 인류는 신종 전염병과 싸워야 할 운명에 처했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이든, 사라졌다 다시 창궐했든 바이러스성 질병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반면 지구촌 대응 시스템은 취약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병하면 급속도로 전 세계에 확산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로 지구촌에 바이러스성 질병을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볼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2000명 이상의 에볼라 감염자 중 1000명 이상이 숨진 라이베리아는 국가 비상사태를 넘어 국가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에볼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없이 많은 신종 바이러스성 질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21세기 신종 전염병, 확산은 시간문제=질병이 빠르게 확산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1세기 지구촌은 글로벌 여행시대이고 전 세계 곳곳과 자유롭게 무역이 이뤄진다. 여기에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무엇보다 기후변화는 신종 질병 창궐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전 세계적으로 질병 관리와 대처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종 질병에 대한 대처방안으로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동시연구가 필요하고 여기에 글로벌 대응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종 질병이 발견됐을 때 빠른 진단과 함께 이를 기본으로 백신, 치료법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10일 '바이러스 전염병 창궐: 새로운 기술에 직면한 위협(Emerging Viral Diseases: Confronting Threats with New Technologies)'이란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논문은 그동안 새롭게 발견된 바이러스성 질병과 사라졌다 다시 창궐한 전염병 등에 대한 지역을 표시하고 앞으로 전 세계가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새롭게 만들어진 것과 사라졌다 다시 발병한 경우, 마지막으로 생물 무기를 이용한 테러리스트에 의한 경우가 그것이다. 새롭게 창궐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은 RNA 바이러스가 대부분이다.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보다 돌연변이가 더 높게 나타난다. 이런 특징으로 병원균에 대항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른다. 내성 또한 더 강해지고 있어 치료법 개발에 애를 먹고 있다.2002~2003년 변종코로나바이러스(SARS-CoV)가 확산된 적이 있다. 40개국에 빠르게 퍼졌고 8000명 이상이 감염됐으며 사망자도 약 800명에 이르렀다. 치사율이 10%에 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데에는 항공기를 통한 세계 인구이동이 한 원인이었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돼 더 이상의 확산은 차단됐는데 국제 이동에 따른 급속 확산에 대한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NIAID의 힐러리 마스턴 박사는 "바이러스성 질병은 지금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게놈 염기서열을 통한 연구 작업은 물론 이를 통한 백신 개발과 신약 디자인에 대한 능력을 국제 공조를 통해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이베리아에서 배우는 교훈=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는 15개 지역 중 14곳에서 에볼라 감염자가 나타나는 등 온 나라가 에볼라 감염지역으로 변했다. 라이베리아의 에볼라를 막기 위해서 세 가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감염 상황은 이미 국가 통제수준을 벗어났다. 그럼에도 국제적으로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국제 공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라이베리아의 현실을 지켜 본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분석을 토대로 중요한 세 가지 대응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지금과 같은 수준의 개입으로는 절대 에볼라 사태를 진정시킬 수 없다는데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라이베리아 시골 지역 등에 더 많은 의료진이 파견돼 이들을 맨투맨으로 관찰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재보다 3~4배 정도 더 많은 의료진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라이베리아에서는 에볼라 사태와 싸웠던 현지 152명의 의료진이 감염돼 이들 중 79명이 숨졌다. 에볼라 사태가 시작됐을 때 라이베리아에서는 10만명의 사람을 돌보는데 1명의 의료진이 담당했다. 의료진이 대부분 숨지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이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은 에볼라 감염지역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는 데만 주목했다. 라이베리아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없다. WHO는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를 포함해 몬트세라도 지역에 특히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몬트세라도는 1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그럼에도 이 지역은 위생 설비가 없고 물이 부족하고, 전기 시설도 없다. 더욱이 몬트세라도는 중요한 시장지역과 가까이 위치해 있다. 몬트세라도에서만 1000병상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현재 240병상만이 있다. 추가로 260병상이 마련될 예정에 있는데 이를 합치더라도 예상되는 병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라이베리아에서는 몬로비아에 존 F 케네디의료센터가 있었는데 내전 당시 파괴됐다. 여기에 화재와 홍수 등으로 거의 기능을 상실했고 그나마 남아 있던 의료진마저 에볼라에 감염돼 사망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에볼라 감염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센터를 찾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집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으로 돌아간 이들이 가족을 추가로 감염시키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생태통계학자 등 전문가들의 컴퓨터 모델링 결과 오는 24일쯤엔 에볼라 감염자가 1만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돼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임상 전문가인 김홍중 박사는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동물과 주변 환경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케이스별로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전염병은 한 번 발병하면 이후 대처할 수밖에 없는데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가정한 가운데 이를 사전에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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