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프리즘]중국의 공급과잉, 한국 기업 어렵게 만든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지난달 18일 중국 공신부(공업과 정보화부)는 낙후설비 및 과잉 생산능력 도태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철강ㆍ시멘트ㆍ평면유리 등 10개 산업의 132개 기업이다. 7월18일 15개 산업의 1178개 도태기업 공개에 이은 두 번째다. 이로써 중국 정부는 2013년 10월 '공급과잉 해결에 대한 국무원의 지도 의견'을 공표한 후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시장의 기대는 크나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은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설비 확장으로 공급과잉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에 중앙정부가 노후설비 폐쇄, 기업 간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철강ㆍ시멘트ㆍ전해알루미늄ㆍ평면유리ㆍ조선 등 대표적인 공급과잉 산업의 설비 가동률은 70%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세수, 고용 및 지역 경제성장 등을 이유로 지방정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과잉산업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재고가 누적돼 적자기업이 속출했다. 이러한 상황은 석탄ㆍ정유ㆍ화학공업 등은 물론 신흥 산업(태양광ㆍ풍력발전)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오죽했으면 시진핑 국가주석이 1년도 안 되는 사이(2012년12~2013년9월) 공석에서 네 차례나 구조조정을 통한 공급과잉 해결을 강조했겠는가.  중국의 공급과잉은 세계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받는 피해가 점점 커진다. 철강산업의 경우를 보자. 2003년만 해도 중국은 3717만t의 강재를 수입하고 696만t을 수출해 순수입국이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순수출국으로 바뀌었다. 한국과 동남아가 최대 목표 시장이다. 2013년 중국이 한국에 밀어낸 강재는 1000만t에 육박하고, 동남아에 수출한 물량은 1700만t을 넘는다.  한국 시장뿐 아니라 최대 수출시장까지 잠식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한국에 수출하는 고급재 비중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판재류 비중 2003년 30%에서 지난해 57%로 상승). 또한 중국 업체들은 한국에 사무소 및 가공센터 등을 설립해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공급과잉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에 몰린 중국 기업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고 있다. 초기에는 수출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지 생산 및 판매 체제를 갖춘다.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중국 업체가 우리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또는 지분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도 커졌다. 어느 때보다도 민간과 정부가 정보를 공유하고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한국 정부는 정책 및 제도적 측면에서 밀려오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생산, 수입 및 유통 업체까지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완해야 한다. 기준 미달 제품까지 무분별하게 수입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는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선진국 사례를 참조하여 전략산업 및 기간산업이 외국 업체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더불어 기업은 기술과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중국 업체와의 격차를 유지하고 확대해야 한다. 또 고객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들과 동반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여 외국 업체에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해외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미리 맞붙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이 한국 시장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일찍이 중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여 중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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